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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Nov 09. 2022

쌍둥이 엄마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속이 너무 갑갑하고  모든 스트레스를 다 받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생각한 대로 되지 않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렇다.


오늘이 그렇다. 쌍둥이 아이 중 하나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갔다. 평소에도 아프면 가정보육을 했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아이가 생떼를 엄청나게 썼기 때문이다. 내가 봤을 땐 별 것 아닌 문제인데도 죽자고 달려드니 매 순간이 다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아침엔 물을 마실 컵을 고르는데 원하는 컵을 바로 찾아주지 않았다고 칭얼대며 울었고 다른 아이의 등원을 위해 버스를 기다릴 때는 자기는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울었다(아무도 타라고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도하가 없어서 심심하다고 울었고, 뭔가 맛있는 게 먹고싶다고 울었다. 까다롭기는 얼마나 까다로운지 줄 수 있는 모든걸 꺼내줘도 다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것인지 몰라서 말을 할 수 없는것인지 말 못하는 스스로에게도 답답함을 느끼는 듯 했다. 잠시 외출했을 땐 초코가 먹고싶다고 은근슬쩍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바닥에 누워서 울면서 뒹굴었다. 집에서는 뜨거운 그릇에 담긴 뜨거운 음식을 자기가 잡고 먹겠다고 울었다. 하루 종일 그런 상태였다. 모든게 다 싫고 자기 뜻대로 해야 하는 상태. 상황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느낌이었다. 


이렇게 꽉찬 이틀을 보내고 나니 그야말로 내가 돌아버릴 상황이었다. 귓가에서는 아기 우는 소리와 징징거리는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아기가 조금만 떼를 써도 예민해졌다. 왠만하면 다 품어주려는 자애로운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 이젠 조금만 울어도 날이 서서 아이를 째려보는 나만 남았다. 그런 나에게서 느껴지는 자괴감은 다시 나를 겨냥하는 스트레스가 된다. 오늘로 삼일 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그렇게 등원을 시키고 나니 너덜너덜한 나만 남았다.


사실 나는 스트레스를 무척 잘 받는 사람이다. 스트레스원에 오랫동안 노출되며 살아온 사람이라 그간 터득해온 스트레스 메뉴얼이 있다. 오늘은 이 메뉴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어렵지 않다.


바로, 내 마음의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고 필요한 것으로 채우는 것이다.


먼저 글을 쓴다. 글은 정말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괜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다.  글이든 말이든 마음을 표현하고 나면 감정의 동요가 확실히 빨리 가라앉는다. 하지만 말은 대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대상의 반응에 따라 기분이 더 나빠질 수도 있고 말이 어떻게 흘러나가 도리어 나를 공격하는 화살이 될 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글에 내 감정을 늘어뜨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속이 비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감정은 연기와도 같다. 폐쇄된 공간에서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더 뭉게뭉게 피어올라 연기로 가득해진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배출시키면 금방 사라진다. 막상 글을 써보면 생각보다 빨리 정리된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감정은 그 자체를 인정해주면 빠르게 통과하며 지나간다.


그렇게 속이 텅 비어버리고 나면 내가 원하는 것으로 채울 시간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 하나 둘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걸 잘 잡아 들여다 보자. 그러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떠오르는 생각은 또렷한 단어가 아니라 어떠한 느낌일 수도 있다. 내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보자. 어딘가 불편하고 부정적인 울림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온 피부가 답답하면 샤워를 하고, 어딘가 더부룩하고 갑갑한 느낌이 들면 산책을 한다. 몸이 처지고 졸리면 침대에 누워 더 쉰다. 어딘가 불안하고 해야 할 일을 미처 마치지 못한 기분이 들면 일을 한다. 내 꿈을 만드는 조각을 주기적으로 모으지 않으면 무척이나 불안한 기분이 든다. 그럴땐 그냥 일을 하는 게 나를 위한 길이다.


나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며 비우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우는 방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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