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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Jan 09. 2016

부적응 퇴사, 내 인생은 이제 망했어?

솟아날 구멍은 언제든 존재하는 법

<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더 대책이 없었다. >

 퇴사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의 퇴사에 대한 합리화였다. 하지만 아무리 합리화를 하려고 해도 내가 그다지 바람직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계속 깨달았다. 인터넷의 이직과 퇴사에 대한 수많은 경제칼럼을 읽어도 1년이 채 되기 전 그만두는 부적응 퇴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은 빠지지 않았다. 이걸 퇴사를 결정하기 전에 봤어야 했는데! 뒤이어 눈에 들어오는 건 청년실업과 취준생의 비애, 열정 페이에 관한 글들이었다. 그리고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또 어찌나 안쓰러운지..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거나 살인적인 근무시간 등 서로 자신의 직장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그래도 내가 있었던 곳은 오버타임도 많지 않았고 버티기만 하면 꽤 괜찮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상에 빠져있던 내가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런 사실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안을 마련해놓지 않은 채 낙관적인 마음으로 퇴사를 하고 나니 조급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 내 인생은 망한걸까. 나는 왜 이렇게 대책도 없이 그만뒀을까?     


< 마침내 수용, 대책 회의를 시작하다. >

 아무리 생각을 하고 자책을 하고 부정을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당연한 사실이다. 내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다니! 다시는 그렇게 괜찮은 직장에 취직할 수 없겠지! 하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저질러 버린 것을! 그리고 상황은 바뀌지 않았는데 관점에 따라 바뀌는 내 마음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다니기 싫고 하기 싫은 일이라며 대차게 나와 놓고 이제 와서 쫓겨난 사람인 양 안타까워하고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참 우습게 느껴졌다. 


 그렇다. 지금 이렇게 후회할 것이 분명한데도 대책 없이 사직을 하고 나온 행동은 분명한 잘못이었다. 나는 내 감정에만 빠져 실수를 저질렀다. 아무리 재미가 없고 힘들고 여기가 나와 맞지 않더라도, 일단은 좀 더 견뎌보면서 정말 일이 나와 맞지 않는 건지 내가 적응을 못해서 힘든 건지 분별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된 시간을 기회삼아 나를 더 발전시키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벌어진 일이 나의 실수이고 잘못임을 깊이 받아들여야했다. 그래야 비로소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실수를 수용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괜찮다. 내 인생은 아직 망하지 않았다.     


<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

 나는 퇴사 직전에 느꼈던 어려움들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선생님들, 의사들, 그리고 내안의 비판자에게서 들려오는 말은 나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곤 했다. 나는 항상 울상인 모습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녔으며, 나의 내면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불안정함의 결정체같았다.     


 그런 결핍된 상태의 내가 동기 사이에서 잘 섞일 수가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든 유쾌하고 재밌는 사람 곁에 있고 싶지 우울하고 결핍감이 느껴지는 사람 곁에 있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전에 로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내가 꼭 주인공인 것처럼 살았다. 신규 동기들과도 너무 잘 지냈었고 서로 진심으로 도우며 다녔었다. 그런 과거의 모습을 생각하니 이곳과 내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눅들고 긴장한 상태만 조금 풀려도 훨씬 더 유해진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텐데.      


‘왜 이 병원은 나를 주눅들게 만들까.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나는 왜 여기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거지? 시간이 너무 아깝다.’     


 바깥으로는 ‘일을 늘지 않는다.’, ‘공부 안하는거 아니냐.’, ‘저런 애를 누가 뽑아온 거냐.’, ‘성의가 없다.’, ‘쟤는 일을 할 생각이 없다.’ 등 여러 가지 쓴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들릴 때 마다 나 역시 더욱 강한 강도로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했다.      


‘지금 뭐하는거야? 지금 2개월 차인데 스크럽도 제대로 못들어간다는게 말이 돼? 아니 그보다 제대로 할 생각이 없는거지? 이제 어느정도 수술 진행하는것도 눈에 보이잖아. 근데 왜 아직도 프로시져를 완벽하게 외우지 않는거야?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지? 왜 먼저 해보겠다고 기회를 달라고 말하지 않는거야? 역시 선생님 말씀처럼 시간 때우러 오는거야?’     


 일을 하며 어려움을 느꼈던 인간관계에서의 외로움, 스스로에 대한 비난, 타인의 비난에 대한 무차별적인 수용, 자신감 없는 태도, 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 스스로에 대한 너무 높은 기대치, 그리고 번아웃. 이 모습은 언젠가 읽었던 책 속에 소개된 ‘자존감이 낮은 모습’의 전형이었다.      


 나는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약간 실마리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린 문제였다. 그렇다면 내 마음을 변화시키면 된다! 생각보다 문제가 간단해졌다. 괜찮다. 내 인생은 아직 망하지 않았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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