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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Dec 13. 2022

퇴사후 3개월, 이제 이불밖을 나가보자.

일주일 내내 이불에 콕 박혀 살았다.

슬퍼도 울고 막막해도 울고 화가 나도 울었다.

내 인생이 완전히 꼬여버렸다며 원망도 많이 했다.

어디부터 꼬인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고민도 했다.

여전히 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속이 좀 후련해지긴 했다.

밑바닥을 향해 끝없이 치닫고 나니 끝이 보이는 듯 했다.


그제서야 나는 이불 밖으로 나올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슬퍼하고 힘들어 하는 것도 한 순간이지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를 땐,

뭐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뭐든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속에 잔뜩 쌓인 것들을 풀고 싶었다.

울고 또 울면서 감정을 조금 털어냈지만 내 안에는 그 이상으로 쌓인 게 많았다.


그래서 글을 썼다.

퇴사에 대한, 두서 없이 떠오르는 대로 쓴 글이었다.

당시 내가 느끼던 감정, 직장생활 적응의 어려움, 퇴사하게 된 계기 등..

떠오르는 대로 계속 계속 썼다.

생산성 있는 글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보단, 그저 비워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울분을 토해내듯 글을 썼다. 그리고 올렸다.


사실 좀 두려웠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비난하면 어떡하지.

그것도 못 견디냐고, 요즘 신규는 끈기가 없고 이기적이라고 욕을 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글을 쓰기만 하고 올리지는 말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내가 괜찮아지려면 내가 쓴 글이 세상에 나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속에 담긴 글이 왠지 이불속에 있는 나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글을 쓰는건 나를 비워내기에 좋은 방식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사람들이 공감된다는 댓글을 달아주었다.

‘저도 그랬어요’하는 말이 그렇게 위안이 되는 줄 처음 알았다.


어쩌면 내가 잘못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그럴만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들 한 번 쯤 거쳐가는 힘든 순간일지도 모른다.

힘듦과 후회가 한차례 지나가고 나니 상황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무척이나 힘들었고,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는 그만두자.

대신 이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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