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계신 선생님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나올때 까지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제대로 판단이 서질 않았다.
퇴사날 처음으로 정시 퇴근을 했다.
병원 밖을 나왔을 때 어두운 밤이 아닌 아직은 밝은 하늘이 보였다.
그제서야 나의 선택이 실감이 났다.
나는 퇴사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퇴사를 했다.
혼란스러웠다.
무슨 용기로 퇴사를 했던 걸까.
궁지에 몰린 듯 이것 저것 가릴 새도 없이 그저 무작정 뛰쳐나왔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그리고 그 이후로도 머리가 복잡했다.
나는 내가 실패자처럼 느껴졌다.
고작 그거 하나도 못 버티고 뛰쳐나온 실패자.
대책없이 저지른 결정이었다는 생각에 앞이 막막했다.
내 퇴사 소식을 들으신 엄마는 한숨을 쉬셨고,
아빠는 한달동안 나와 말을 섞지 않으셨다.
책임감이 없어 실망스럽다는 이유였다.
역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
그 날로 나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나올 수가 없었다.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았다.
그거 하나 못 견디고 나왔다고.
너는 실패자라고.
머리속엔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다.
이제 내 인생은 망했어.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지난 4년간 해온 노력이 다 무너졌어.
이렇게 후회할거면서 왜 그렇게 뛰쳐나왔어?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비난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너무 무서웠다.
오직 침대와 이불만이 안전하게 느껴졌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이불 속에 숨어있었다.
여러분들은 ‘그냥 퇴사 한 번 했을 뿐인데 이 반응은 너무 과한데’ 싶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도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왜인지 그것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나를 달래고 감정을 다스리려 해도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무서웠고,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 생각을 내가 조절할 수는 없었다.
이래서 정신과 진료를 보러 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