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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Dec 13. 2022

신규간호사, 퇴사하면 정말 행복할까?

그렇게 고대했던 병원 탈출은 생각만큼 기쁘지 않았다.


남아계신 선생님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나올때 까지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제대로 판단이 서질 않았다.

퇴사날 처음으로 정시 퇴근을 했다.

병원 밖을 나왔을 때 어두운 밤이 아닌 아직은 밝은 하늘이 보였다.

그제서야 나의 선택이 실감이 났다.

나는 퇴사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퇴사를 했다.

혼란스러웠다.

무슨 용기로 퇴사를 했던 걸까.

궁지에 몰린 듯 이것 저것 가릴 새도 없이 그저 무작정 뛰쳐나왔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그리고 그 이후로도 머리가 복잡했다.

나는 내가 실패자처럼 느껴졌다.

고작 그거 하나도 못 버티고 뛰쳐나온 실패자.

대책없이 저지른 결정이었다는 생각에 앞이 막막했다.

내 퇴사 소식을 들으신 엄마는 한숨을 쉬셨고,

아빠는 한달동안 나와 말을 섞지 않으셨다.

책임감이 없어 실망스럽다는 이유였다.

역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


나는 실패자라는 생각


그 날로 나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나올 수가 없었다.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았다.

그거 하나 못 견디고 나왔다고.

너는 실패자라고.


머리속엔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다.

이제 내 인생은 망했어.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지난 4년간 해온 노력이 다 무너졌어.

이렇게 후회할거면서 왜 그렇게 뛰쳐나왔어?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비난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너무 무서웠다.

오직 침대와 이불만이 안전하게 느껴졌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이불 속에 숨어있었다.


여러분들은 ‘그냥 퇴사 한 번 했을 뿐인데 이 반응은 너무 과한데’ 싶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도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왜인지 그것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나를 달래고 감정을 다스리려 해도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사람이 너무 무서웠고,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 생각을 내가 조절할 수는 없었다.

이래서 정신과 진료를 보러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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