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디자인 작업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필요한 썸네일, 병원 포스터, 각종 홍보물 디자인 등 시각적인 요소들이 마케팅의 성과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디자인 툴을 다루는 것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병원의 이미지에 맞는 디자인을 고민하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병원장님의 취향에 맞춘 포스터 제작, 의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배너 디자인 등, 내가 병원의 이미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성취감이 컸습니다. 어떻게 하면 병원의 따뜻한 이미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디자인 작업에 몰두하다 보니, 저 스스로도 디자인 역량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과정에서 저는 디자인을 단순한 업무의 일부가 아닌, 콘텐츠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시각적인 콘텐츠의 힘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고객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는 일은, 마케팅적 관점과 창의적인 사고가 결합된 흥미로운 작업이었어요.
그러던 중, 회사 밖에서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병원에서 쌓은 디자인 경험을 더 넓은 분야로 확장해 보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 거죠. 마침 디자인 외주 작업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회사 바깥에서도 내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저는 이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제가 맡은 첫 외주는 방송 프로그램의 타이틀 로고와 포스터 디자인 작업이었어요. 프로그램 이름은 ‘이제 뭐하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었죠. 직장에서 해왔던 디자인 작업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디자인 경험 덕분에 외주 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클라이언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했고, 피드백을 통해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프로그램의 주제와 감성을 이해하려고 방송의 콘셉트를 분석했고, 로고와 포스터에 담을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했습니다. 디자인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클라이언트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했죠.
결국, 프로그램의 타이틀 로고와 포스터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어요. 처음 외주를 맡아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성취감이 정말 컸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작업물이 실제 방송에 사용되고, 방송 말미에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의 스태프 란에 나의 이름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나의 작업물이 나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순간이었죠.
이 경험은 저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어요. 내가 회사 바깥에서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내 능력을 인정받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비록 작은 시작일 수 있지만, 나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이렇게나 기분 좋을 줄은 몰랐어요. 작은 로고와 포스터 한 장이었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번째 열쇠가 되어 주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