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의 공간, 초록 가운을 입은 사람들, 서늘한 공기.
장갑을 낀 손, 주고 받는 은빛 도구들.
수술실이다.
이런, 손발이 맞지 않네.
도구를 쥐던 이의 눈빛이 형형하다.
공간이 더 서늘해졌다.
하지만 놀랍진 않다.
그는 이따금 주변인을 차거나, 사자후를 지르거나 욕을 하기도 했으니.
여기 한 간호사가 있다.
작은 키, 마른 체구, 풀죽은 표정, 축 처진 어깨.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
하지만 이내 울음을 집어 삼킨듯,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는 모든 감정을 지워낸다. 즐거움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회색빛으로 지워낸다. 무감각하게.
그 형형색색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면 펑 하고 터져버릴테니까. 아마 이 곳에서 지내기 위한 최선의 판단일 것이다.
어느 방의 문을 연다. 다양한 도구들이 있는 방이다. 필요한 물건을 찾는듯 선반을 오가던 그녀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데면데면하던 선배였다.
선배의 눈시울이 붉다. 훌쩍이는 소리와 함께 붉은 코끝이 눈에 들어온다.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본 것 같다.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하지만 그 사실이 왜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지.
이곳은 너무 이상하다.
알면 알수록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