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은 늘 괴롭다.

by 성민

출근길은 늘 괴롭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다고 할까.

매일 괴로우면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정말 빠짐없이 늘 괴롭다.


입사한 이후로 편안하게 잠들어본 적이 없다. 잠에 들어서도 안된다. 내일 예정인 수술들을 미리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선배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나는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 아무리 공부를 해가도 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 하지만 매일 하는 수술이 다르고, 교수님들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제공되는 교육자료는 없다. 직접 옆에서 관찰하며 내가 기록해야 한다. 사진을 찍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사실인지, 정말 내 눈엔 시덥잖은 것들만 보인다.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마음 편하게 잠을 잘 수가 없어, 새벽에 30분단위로 깨기 시작했다.


첫 한 달은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는데도, 너는 매일 공부를 하지 않으며, 성의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억울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건, 그 얘기를 계속 듣기 시작하니 정말로 성의를 쏟고 싶지 않아졌다는거다. 그렇게 두번째 달이 되었고, 나는 ‘될 대로 되라’하는 반쯤 포기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혼이 나는게 두렵지 않았다. 공부를 해도 안해도, 일을 잘해도 못해도 나는 늘 혼이 났다.


아이러니한건 첫달에 비해 매우 적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아주 작은 칭찬이었지만.


그렇게 받고 싶었던 인정을 조금이나마 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잃어버린 빛을 복구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미 이 상황에 너무 질려버렸고, 이 일에 대해 남아있던 잘하고 싶은 마음도 모두 다 떨어져버렸다.


‘과연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아니.

이건 분명했다. 난 조금도 견딜 수 없었다.


‘그럼 이걸 그만두면 뭘 할건데?’


말문이 막혔다.

글을 쓸까? 내 글을 누가 읽어준담?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벌지? 불가능해.


나의 4년은 ‘간호사 면허증‘만을 위한 4년이었다.

그 면허 하나를 따기 위해 1000시간의 실습 시간과 4년의 학사 과정, 그리고 국가고시 합격증이 필요했다. 4년은 너무 빠듯해서 그것 외에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학사과정 외에 한 게 없었나?‘


나는 책을 쓰고 싶어서 책쓰기 클래스를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뭐든 경험이 되는 재료가 있어야 책을 쓰는 법, 나는 사회 경험이 없었다.


나는 좋아하는 글쓰기 경험을 살려 학생들의 글쓰기 첨삭 일을 했다. 교내 독후감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덕분에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 덕분이었다.


외국인 교수님과 이야기하는걸 좋아했다. 영어는 잘 못했지만 소통하는 게 즐거웠고, 조금이라도 내가 다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언젠가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하는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매달 서울을 가야했는데, 그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다른 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으니.


한게 없진 않았다. 하지만 취직을 위한 스펙이 될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냥 글 쓰는걸 좋아하는 ’간호사’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간호사였다.

다른걸 해보겠다고 발버둥을 쳐도,

내가 가진 것 중에 사회와 가치를 맞바꿀만한건 4년 공들여 만든 ‘간호사 면허증‘밖에 없었다.


간호사.

허들이 높아서 좋다고 생각했더니.

그 허들이 내 발목을 잡을 줄이야.

벽이 너무 높아 나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간호사라는걸.

이전 01화어떤 신규 간호사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