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도전적인 항공권
유럽행을 결심하고 나서 나의 미션은 발품을 더 팔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최대한 저렴한 항공권'을 구하는 것이었다. 퇴사자에게는 시간보다 돈이 귀한 법이니. 유럽은 너무나도 넓고, 나라도 다양한 터라 인아웃을 변경하다보면 대박 항공권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인아웃과 날짜를 다양하게 넣어보다 발견해버렸다. 36만원짜리 런던 인 로마 아웃 항공권을! 참고로, 2019년 기준이다.
어떻게 36만원짜리 항공권이 나올 수 있는걸까? 비밀은 바로 '중국항공'. 보석같은 그 항공권은 바로 중국남방항공의 항공권이었다. 미친 항공권을 발견했다며 기뻐하던 것도 잠시. 이 항공권은 차암 복잡한 항공권이었다.
누가 그랬었는지. 중국은 경유조차 하지말라고... 너무너무너무너무 복잡한 나라고 시시때때로 규정이 바뀌기 때문에 괜한 고생 하고 싶지 않으면 중국은 최대한 가지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중국 경유는 피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음... 하지만 36만원짜리 항공권은 너무 달콤한 유혹이었다. 당시 비수기/평일 출도착 기준 80만원대면 꽤 괜찮은 가격대였고 60만원대면 초특가 항공권(이것도 중국 항공사...)이었는데... 36만원? 이건 초초초초초특가 득템찬스를 넘어서 '이게 진짜 갈 수 있는 항공권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드는... 꼭 시도해보고 싶은 항공권이었다!
그래서 과감히 시도해보기로 했다. 유럽여행을 앞둔 나는 무서울 게 없는 겁없는 여행자병에 걸려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대신 철저히 공부하고 분석하기로. 나와는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앞서 출발한 선발대의 후기가 있어서 더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 36만원짜리 항공권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왕복 항공권인데다 심지어 광저우 경우시 경유 호텔까지 제공해주니 말 다했다 정말. 다만 공부를 제대로 하고 가지 않으면 아주 당황할만한 항공권이긴 했다.
스카이스캐너나 모바일 네이버 항공권으로 봤을 땐 부산-광저우-런던 항공권으로 1회 경유로 체크되어 있었지만 PC 네이버 항공권으로 검색하니 부산-광저우-싼야-런던으로 뜨는것!!! 1회경유가 아닌 2회 경유였다. 그런데 1회경유라고 적혀있는 이유는 바로 '숨은 경유'이기 때문이다. 항공권내에는 적혀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그 장소에 내리게 된다. 당시 찾아본 바로는 잠깐 내렸다가 항공기를 점검하고 다시 출발한다는데... 실제로는 결국 출입국 심사를 다시 하게 되었다. 이 때 숨은 경유가 문제가 되는 때는 바로 '무비자 환승시간' 때문이다.
중국은 비자가 필요한 나라인데 경유할 때는 임시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별로 케이스별로 무비자 환승 시간에 제약이 생기는데 숨은 경유를 인지하지 못하면 이 부분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지금은 다를 수도 있지만 2019년 내가 탑승할 당시에는 지역에 따라 24시간 이내 환승 비자를 주거나 72시간 이내 환승 비자를 줬는데 광저우의 경우 72시간 이내 환승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내 두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 지역을 불문하고 24시간 이내 환승 비자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광저우에서 하루 묵고 출발하여 싼야에 들렀다 런던으로 가는 항공권이었기 때문에 과연 24시간 이내에 출국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광저우에 있는 시간만 16시간 정도 되었기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출발이 지연될 경우 비자 문제로 발이 묶여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컸다. 만일을 대비하여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건지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일단 닥치는대로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따로 비자는 신청하지 않았다. 다행히 결과적으론 무사히 환승해서 런던으로 갈 수 있었다!
또 두번째 고민은 귀국 항공권이 '로마-우한-인천'이었는데 이때 우한 공항에서의 경유시간은 단 1시간 45분... 심지어 우한 공항은 짐도 바로 인천으로 보내주는 게 아니라 우한에서 짐을 찾고 다시 항공사 카운터를 가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쳐야 하며 출입국 심사도 해야 하는... 그러나 경유시간은 1시간 45분 밖에 안되는 어마어마한 스케줄의 항공권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정말 많았다. 후기를 진짜 열심히 찾아봤는데 다들 정말 여유롭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엄청! 빡빡하다는! 후기만! 가득해서 진짜 걱정스러웠다. 근데 와중에 비행기 못 타신 분들은 하나도 없고 어떻게든 뛰어서 타고 출발했다는... 항공사 직원들이 엄청 애써주고 빨리 뛰어가라고 안내해줘서 힘들었지만 타기는 탔다는 후기들 일색이었다. 아-주 걱정스러웠지만... 나에게도 가호가 내리길 기도했다...
결론적으로 탑승해본 후기는 '진짜 가능하네?'다. 심지어 앞 비행기 연착되서 경유시간 1시간 20분이었는데도 달려서 가능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놀랍지만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닌지 중국항공 직원들이 잘 처리해주었고 체크인 카운터에서도 우선적으로 처리해주는 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었다. 또 완전 아침 시간이어서 대기없이 착착 순서대로 하다보니 가능했던 것 같다. 근데 비행기 가보니까 '라스트 콜' 띄워져있는건 안비밀. ㅎㅎㅎㅎㅎㅎ
살면서 경유 항공권은 처음 타봤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씩 공부하며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에게 여행은 도전 그 자체라 과거에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일들을 조금씩 해내는 스스로를 보면 굉장한 해방감이 느껴지고 자신감이 솟는다. 그렇게 출발 비행기부터 도전적이었던 나의 여행은 여행 내내 도전의 연속이었다. 비행기는 그저 서막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