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달 반.
10월의 어느 날.
병원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옵니다.
"11월부터 병원으로 출근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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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가야할 곳이라고 생각했던 병원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전화를 받아 당황했다.
아르바이트 아침 근무를 위해 눈비비며 버스를 타고 가다가 웬 폭탄같은 전화인가...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가야할 곳이고,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일이니 너무 겁먹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입사했다.
병동이 아닌 곳을 꿈꿨고, 수술실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하는 부서로 보내준 것이다.
그렇게 꿈꾸던 수술실로 말이다.
병동도 아닌 수술실이라니.
궁금해할 사람이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입사하고 한 2주간은 정말 말그대로 멘붕이었다.
수술실은 병동과는 전혀 달랐다.
시스템도 업무도 뭐 하나 같은게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간호대를 4년간 다니며 배운것 중에 크게 도움되는 내용이 없었다.
그저 새로, 완전히 새로 다시 배워야하는 것이다.
처음에 내가 수술실을 지원했던 이유는 병동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때문이었다.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는 실습을 해보지 않아서 확신할순 없었지만,
이전에 실습하면서 느꼈던 수술실은 병동보단 업무 환경이 좋다는 점이었다.
제일 좋았던 점은 인계가 없다는 점과 오버타임 페이를 쳐준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차례차례 수술방을 돌기 때문에 일정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하나만 깊이 파고들어 배울 수 있다는 점.
물론 한 고비를 넘기면 또 새로운 고비가 등장하기 때문에 적응하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질 확률은 적어보였다.
또 수술실의 장점은 맺고 끊음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수술이 끝나면 그걸로 끝이다.
또 새로운 환자를 수술실로 맞아들이고, 끝나면 다시 내보낸다.
병동과 다르게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 업무를 보지 않고 바로 끝이 난다.
그리고 환자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
병동에서는 환자에게서 힘을 얻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니까.
확실히 인계가 없는 점은 좋다.
아침에 수술실 멤버들이 준비실로 모이면 함께 체조를 하고 전체 인계를 듣는다. 이때 하는 인계는 오늘 수술하는 어떤 환자가 감염환자이므로 조심해달라는 이야기이거나 누군가의 지인이니 세심히 봐달라는 이야기, 혹은 어떤 물건을 수리를 내렸고 어떤 물건이 분실되었다는 소식들이었다.
인계가 끝나고 전달사항이 모두 전달되면 첫 수술이 시작되기 전까지 잠깐의 티타임을 갖는다. 물론 수술준비가 아직 덜 끝났다면 티타임은 없다. 혼자라도 나와서 수술준비를 마저 해두어야 한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수술은 아주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서큘레이팅 널스와 스크럽 널스의 이야기를 지금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수술이라는건 각각의 역할을 맡고있는 의료진의 합작품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한달 반 째 일하고 있다.
사실 아주 힘들다.
몸도 마음도 무엇이 우선할것 없이 힘들다.
어제도 눈물을 얼마나 쏟았는지 모른다.
그만두겠다고 하루에 여러번 마음먹었다.
오늘은 그만둔다고 꼭 말해야지 하면서도,
월요일 수술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신규의 고충에 대해서도 나중에 글을 써봐야겠다.
얼마나 더 많은 나의 이야기를 여기에 담을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기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