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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07. 2022

쌍둥이의 첫 차량 등원

"뻐-찌 조아!(버스 좋아!)"

 오늘 처음으로 새 어린이집에 차량 등원을 한 둥이들의 후기다. 


 두 돌이 살짝 지난 우리집 쌍둥이들은 이번 신학기에 가정 어린이집을 안녕하고 민간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거리가 가까운 듯 묘하게 멀어 차를 타고 가게 되었는데 바로 오늘이 차를 타는 첫 날이었다. 보통 어린이집 적응 기간 동안 어린이집 문앞에서 힘들게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은데, 우리는 차에서부터 이별이 시작된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이전에도 어린이집을 한 번 가봤으니 쉽게 적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기에 걱정도 꽤 했다.


 그래서 내가 한 노력을 아이에게 계속해서 새 어린이집으로 갈 것이며, 통학버스를 탈 것이지만 엄마는 함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첫째는 묘하게 딴청을 피웠지만 알아는 듣는 것 같았고, 둘째는 엄마는 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복창했다.


 이 노력은 드디어 오늘 아침에 빛을 발했다. 울긴 했지만 빨리 진정되었고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울음이 없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둘째는 아빠 손을 놓고 무난하게 탑승에 성공. 첫째는 차는 탔지만 내 손을 꼭 잡은 채 "엄마 가자"하고 말했다. 엄마는 안가잖아 하며 웃으며 말했더니 첫째가 으앙 울어버렸다(ㅎㅎㅎㅎ) 이윽고 선생님들께서 아이를 데리고 좌석에 앉히셨는데 첫째가 몸부림을 쳐 조금 힘드셨던 것 같다..ㅎㅎ 하지만 역시 능숙한 손길로 아이를 카시트에 태워주셨다. 그리고 멀뚱히 서있던 둘째도 나란히 카시트에 탑승!


 울음이 길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첫째가 금방 진정해서 실제로 운 시간은 30초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둘 다 손을 흔들며 빠빠 인사해줘서 우리도 안심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너무 기특하게도 원에 도착해서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갔고 장난감을 가지고 재밌게 놀았다고 한다. 더 잘 놀거라 생각했던 둘째는 차분히 분위기를 살폈다고 했고, 조금 더 조심스러울 줄 알았던 첫째는 다른 친구와 대화도 하며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고 한다. 생각보다 너무 기특했고 내가 알던 아이들과 또 다른 모습이라 신기했다. 무엇보다도 (둘째보다) 겁 많았던 첫째가 친구랑 말도 나눌 정도로 긴장을 풀었구나 싶어 참 다행스러웠다. 아마도 첫 어린이집의 기억이 좋아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등원한 지 한시간 만에 하원을 했다. 오늘은 첫 날이니 가볍게 한 시간! 선생님 손을 잡고 내려오는 둘째가 "빠빠(아빠) 안녕~~~~~"하고 아주 큰 소리로 인사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었다. 아이들이 오늘 참 잘 놀았고 울지도 않았다고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기특한 녀석들..^^


 적응기간 동안에는 배차된 하원차량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보 하원을 해야 했다. 집에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둘째가 다급한 목소리로 "뻐-찌! 뻐-찌!"했다. 버스를 타고 싶단다. 오늘은 더이상 버스를 탈 수 없고 내일 아침에 갈 때 또 타자고 하니 알겠다고 수긍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뻐-찌 조아! (버스 좋아!)"


 이렇게 스스로 표현을 하게 되었다니, 정말 다 키웠구나 싶다. 아, 하나 더.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했냐고 물어보니 까까와 우유를 먹었다고 했다. 알고보니 오늘 오전 간식은 시리얼이었다. 오늘 경험했던 일을 짧게나마 이렇게 말해줄 수 있게 된 것도 너무 신기했다. 정말 아이를 키우는 건 모든게 새삼스럽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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