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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10. 2022

어린이집 가는 3살 쌍둥이의 아침 루틴

 오늘로 둥이들은 어린이집을 3일째 갔다. 수요일이 대선이어서 어린이집이 휴원이라 오늘로 3일차! 화요일에 늦을 뻔한 경험을 살려 오늘은 좀 더 일찍 준비해보기로 했다. 차량 등원은 시간에 많이 쫒기는 듯 하다. 정말 다 준비해도 마지막에 응가라도 해버리면 어김없이 지각일테니... 오늘부터 최대한 변수를 줄여 등원시간을 맞춰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미역국과 밥을 먹이려고 준비하는데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며 둘째가 목으로 악을 쓰며 울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달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 허허허. 자주 있는 일이다. 이럴땐 뭔가 원하는대로 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져서 기껏 차린 밥도 엎어버리기 일쑤라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기분을 달래야 한다. '지금은 이거 먹어야 해!'하고 억지로 밥을 놓아줬다가 엎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들으려 애쓰고 있다는 메세지를 충분히 주는 것이다. 최대한 아이가 원하는대로 해주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 된다.


 오늘 도윤이는 주방에 놓인 미역국 통을 보고 "똥! 똥!"했다. 대체 주방에서 똥이 무엇인가... 한참 유추한 끝에 똥아 아니라 '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역국 통을 보고 미역국을 먹고싶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빠가 자기 말을 듣지 않고 다른걸 준비하는듯 하니 화가 난 것 같았다. 통에 든 건 미역국이라고 알려줬고 아빠가 준비하고 있는 것도 미역국이라고 말하니 도윤이가 '읭?'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잘 모르겠으면 먹어보라고 한 입 주니 냉큼 받아먹고는 웃으며 그릇을 가져간다. 원하는 게 미역국이 맞았던 것 같다. 옆에서 첫째는 이미 고개를 파묻고 퍼먹고 있다. 그렇게 둘이서 미역국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약간 아쉬운 눈빛으로 토마토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토마토는 다녀와서 간식으로 먹자고 달랬다. 이것저것 주다보면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둥이들은 양말 고르는 것도 일이다. 옷은 비교적 주는대로 입지만(컬러 선택으로 싸우는 건 당연한 일) 양말은 어릴때부터 직접 골랐던 터라 양말통을 붙잡고 오래 고민을 한다. 특히 첫째는 덜한데 둘째가 그렇다. 본인만의 취향이 있는듯. 특히 자기가 하나를 골랐더라도 첫째가 신은 양말이 뒤늦게 예뻐보이면 자기가 신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그래서 양말 신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인데 오늘은 좀 수월했다. 둘째가 꽃이 그려진 양말을 신겠다고 일찍 선택했다. 첫째는 딸기 무늬의 양말을 원했지만 오늘 없어서 수박 무늬 양말을 골랐다. 고민을 좀 하기에 꽃무늬 양말도 있다고 보여주니 단호하게 거절. 옆에서 둘째가 자기도 꽃무늬 양말을 신었다며 어필한다. 하지만 첫째는 단호히 거절하고 수박무늬를 선택했다. 이 때 아마 첫째가 꽃무늬 양말을 골랐다면 둘째가 탐을 냈을지도 모른다. 꽃무늬가 비슷하면서 달랐기 때문에 상대방의 것이 더 예뻐보이는 경우가 많은듯 했다. 그러면 엄마는 마치 솔로몬의 선택을 하듯 반반씩 신겨준다. 두 꼬꼬마는 솔로몬의 선택에 꽤 만족하는 편이다.


 그리고 얼굴에 로션과 선크림을 바르려고 하니 겉옷을 먼저 입겠단다. 한두번 권유해보았지만 둘째는 철옹성처럼 필사적으로 얼굴을 숨기고 보여주지 않았다. 알겠다 하고 겉옷 먼저 입혀주었다. 그리고 로션을 바르니 세상 온순하다. 선크림은 팩트 형식을 사용하는데 얼굴에 톡톡 하는걸 꽤 즐기는 편이다. 원랜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기도 선크림을 꼭 발라야 한다고 해서 얼마전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엄마 한번 도윤이 한번 하자고 설득한다. 이제 제법 기다릴 줄 알아서 엄마가 해주는 동안 기다렸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신명나게 찍어바른다. 첫째도 발라줘야 해서 이제 가져가려고 하면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때가 좀 난감하다. 자기도 하고싶은 첫째와 주고 싶지 않은 둘째가 실랑이를 벌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중재를 해주지 않으면 하나가 토라져버린다.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달라붙어 준비를 해서인지 그래도 평소보단 수월했다. 혼자 준비를 해본 바로는 각자의 속도와 의견이 달라서 상당히 힘들었다. 역시 한명당 어른 한 명이 붙어야 평화롭다. 쌍둥이는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아빠가 아빠일 수 없기 때문이다. 쌍둥이 아빠는 제 2의 엄마가 되어야 한다.


 문을 열고 나서자 손을 꼬옥 잡는다. 같이 한발자국씩 걸어나가 계단도 조심조심 내려갔다. 아직 탑승 시간이 아니었는데 어린이집 버스가 도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잘못 본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아마 다른 친구가 타면서 조금 더 일찍 도착한 듯 했다. 오늘은 일찍 준비했는데 늦은건가 싶었지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선생님께 웃으며 인사를 했다. 엄마 아빠가 인사를 잘 해야 아이들도 보고 따라 인사한다. 오늘은 도하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버스에 탑승했다. 자리에 착석하고 벨트를 착용한 다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오늘도 안녕~ 한시간 뒤에 데리러 갈게~


 한시간 뒤에 데리러 가야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환기를 하고 빨래를 돌린 뒤 청소기를 민다. 남편이 함께해서 가능한 스케줄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100번 쓰기를 완료한 다음 아이들을 데리러 나섰다. 9시에 등원한 터라 10시에 하원을 한다. 그런데 10시에는 등원하는 친구가 더 많아서 어린이집 입구가 시끌시끌했다. 아직 적응기간이라 엄마와 울면서 떨어지는 아가들이 많았다. 둥이들도 작년 15개월에 가정 어린이집 첫 등원때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동안의 경험이 쌓여서인지 이번 어린이집은 거의 울음 없이 지나간 듯 하다. 도하가 차량을 처음 탔을 때만 살짝 울고 끝이었으니... 너무 씩씩하고 기특한 아이들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조금 있으니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다. 애들이 아침을 먹고 오냐고 물으셔서 순간 심장이 쿵 했다. 혹시 애들이 배고파했을까? 어린이집 간식을 너무 걸신들린 듯 먹었나? 아침을 먹이고 오라는 말씀이실까?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너무 간식을 잘 먹는다고 하셨다. 앉아서 너무 너무 잘 먹는다고. 쌍둥이들끼리 경쟁이 붙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지도 않고 순서대로 차례 지켜가며 잘 놀고 잘 먹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너무 신기한게 한 번 지시하면 그대로 다 듣고 행동한다고 너무 예쁘고 기특하다고 하셨다. 뜻밖의 칭찬에 입이 귀에 걸린 엄마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둥이들은 순한 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기는 아기다. 집에서 둘이서 경쟁하고 싸우는 일도 많았고, 간식을 안 먹고 장난을 하며 돌아다닌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어떤게 훈육을 해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단박에 말을 들으면 그게 아이인가 하고 참을 인 여럿 새겼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정도 생활습관도 잡힌 편이고 서로 양보하거나 순서를 기다릴 줄도 안다. 선생님의 말씀이 그간의 고민과 노력의 시간을 대하는 보상처럼 느껴졌다. 잘 따라와준 아이들도 너무너무 기특했다. 내일도 다음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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