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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11. 2022

책을 쓰기로 결단하다.

 나는 이전부터 꼭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책을 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실은 그보다 책에 대한 묘한 로망이 있었던 게 더 크다. 나의 성장하는 생각과 상황을 모두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나는 오래전부터 기록에 대한 묘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 


 기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스무살 때 부터였다. 블로그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글감이 없다는 생각에 아무 것도 시도해보지 못했다. 사실은 일상이 모두 글감 덩어리였지만, 막상 블로그를 시작하려 하면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 하는 법만 계속 찾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 그 때 뭐라도 시작했으면! 모든 솔직한 마음과 일상을 기록했더라면 지금 책을 몇 권을 썼을텐데 싶다. 그 땐 내가 더 완성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기록을 하고 싶은 마음은 미처 채워지지 못한 채 점점 자랐다. 마음 한 켠에 묘한 욕구불만을 가지고 말이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또 입사를 했다. 힘든 시기를 연이어 맞이하며 마음엔 폭풍이 쳤다. 아웃풋이 나오는 글만 쓰고 싶다는 간사한 마음이, 제발 뭐라도 써서 이 마음을 해소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직장과 직업, 그리고 나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과 두려움이 폭발했다. 평소에 마음이 불안할 땐 일기장에 마구 글을 쓰곤 했는데 이번엔 좀 더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쓰고 싶었다. 무슨 용기였는지.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고 공유가 되기도 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내가 드러난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또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든 순간은 지나갔다. 그 때만큼의 강렬한 경험이 없어서 그랬는지 이후론 글감이 없다고 느껴졌다. 또 한동안 조용했다. 꾸준히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따금 생각날때면 글을 쓰곤 했다. 사실 서랍에 들어가있는 글은 훨씬 더 많다. 나중에 올려야지 하고 넣어둔 글은 다시 나오지 못했다. 역시 생각날 때 쓰고 바로 올려야 하는구나 싶다.


 또 한 번의 큰 경험을 했다. 바로 혼자서 한 한달간의 유럽 여행.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유럽 여행. 당시 그 마음을 제대로 기록해둔 자료가 있다면 좋았을텐데 나는 왜 정리를 못했을까. 유튜브 생각도 있었지만 부끄러움에 제대로 촬영한 것은 하나도 없다. 너무 아쉽다. 아주 고생했던 그 순간들은 모두 엄청난 유튜브 각이었는데 말이다. 여행을 다녀온지 2년이 넘었지만 그때의 경험을 혼자만 알고 넘어가기가 참 아쉽다. 언젠가 책으로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어 바로 임신과 출산. 뜻밖의 쌍둥이 임신으로 또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느낀 점도 많았고. 이 경험도 더 늦기 전에 꼭 책으로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다. 해가 갈수록 더 감정의 기억이 흐려져서 아쉽다. 더 늦기전에 꼭 쓰고 싶은 두 번째 주제다.


 여태 아무런 글을 쓰지 못한건 역시 게으른 완벽주의자 답게 완벽한 결과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었던 듯 싶다. 나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을지, 어떤 서사를 담을지 그런 것들을 고민하다 보니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반대로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뭐든 좀 해봐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 겠다. 이제는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지만 말고 좀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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