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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여심 Oct 28. 2024

10월의 잡초

결실의 계절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기세를 펼치던 고마리와 여뀌도 힘을 잃고 더 뻗지 못한다. 그래도 여전히 피고 지는 꽃들이 있다. 가을은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계절이라 풀들도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다.


10월 하순 나의 텃밭에도 결실을 맺는 잡초들이 있다.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 향유가, 사과나무 옆 미국자리공이, 햇살 좋은 아스파라거스 앞에 까마중이 바로 그것이다.


향유 이삭

향유는 꽃향유와 달리 꽃차례가 작고 한쪽 방향으로만 피는 연한 보라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자주 가지 않는 마당옆 그늘에 있어 존재감이 없었던 향유가 어느새 무릎까지 자라나 위세를 떨친다.


꿀풀과 잎을 뜯어 문지르면 향기가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풀이다. 방아라 불리는 배초향보다는 잎도 작고 향도 약한 편이다. 그저 잡초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여름부터 가을까지 전초를 말려 약재로도 사용한다니. 잡초라는 말을 사용해서 미안할 지경이다.


미국자리공 열매 익는 모습

미국자리공은 여름 내내 자기를 뽐내며 가지를 많이도 뻗었다. 어린 사과나무 옆과 방울토마토 덩굴아래에서   작물에 피해를 주는 듯하여 잘라주었다. 그래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1미터 이상 키를 키우며 열매를 맺는다.


길게 아래로 늘인 꽃차례에 하얗게 꽃이 피더니 이제는 빨간 꽃자루에 흑자색의 열매를 포도송이처럼 달고 있다. 자생식물인 자리공 대신 귀화식물인 미국자리공이 그 자리를 차지해서 자리공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듯하다.


까마중 열매

까마중도 10월에 열매를 맺는 잡초다. 지난해 처음 앙증맞은 꽃자루가 긴 하얀색꽃을 보고 고추꽃 같다 생각했었다. 역시 고추처럼 가지과다.


열매가 스님의 머리를 닮아 이름 지어졌다 해서 열매가 궁금했었는데 검은색이고 반질반질 빛이 나는 것이 누가 이름을 이리 재미있게 지었는지 궁금해진다. 


사실 열매가 약용으로 사용된다고 하여 관심이 갔지만 독성이 있다니 많이 먹는 것은 힘들 듯하다. 또 까마중은 키도 크지만 가지가 이랑 전체를 덮을 정도로 많이 뻗어 나가 작물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도 하얀 꽃과 반짝이는 열매와 재미난 이름 나에겐 참 매력적로 다가온다.     


그 뜨겁던 여름은 우리를 지치게 했지만 '그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자 그대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추위를 걱정하는 11월이 다가왔다. 이젠 농부들도 수확을 끝내고, 한 귀퉁이에서 미움만 받던 잡초들도 결실을 끝내고. 가슴 설레며 다음 해를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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