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도 중순을 넘어서던 날 시골로 향하는 길 주변에는 색색의 낙엽이 떨어지고 흩날렸다. 은행잎도 노랗게 물들어 하늘거렸다. 해마다 은행잎이 떨어져 수북이 쌓이는 모습을 보면 그 찬란한 색에 감탄하며 한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텃밭에는 무와 배추가 많이 자라 수확하는 철이다. 이 시기에는 잡초들도 모두 힘을 잃고 누렇게 쓰러져 있었다. 급하게 닥칠 추위에 대비해 스카이로켓 향나무에는 벼과식물로 멀칭해 주고, 단풍이 들기 시작한 블루베리에는 솔잎과 가지로 잘 덮어주었다. 방울토마토와 자연적으로 자란 수세미도 잎을 모두 떨구어 황량한 모습이었다. 다음 날이 되니 첫서리가 내리고 물통의 물이 얼었다.
이젠 잡초도 자라지 않는구나 하던 그때 눈에 띈 것은 바로 냉이다. 예전에는 냉이가 봄에 나는 풀인 줄로만 알았다. 한겨울에도 향긋한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냉이인줄 몰랐던 것이다. 냉이는 내가 늘 지나다니는 길 한쪽에도 자라고 가을 상추가 돋아나는 사이에도 자라고 있었다. 아직 어린 냉이부터 제법 자란 냉이까지.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지내려고 이렇게 싹을 틔우는 것일까?
냉이는 뿌리에서 잎이 둥글게 뭉쳐난다. 거의 땅에 붙어서 몸을 펼쳐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꽃대를 올린다. 이런 모양의 근생엽을 장미(로즈)와 닮아서 로제트라고 부른다니. 그 이름도 모양도 참 예쁘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로제트 모양으로 겨울을 나는 경우가 많은데 냉이 외에도 민들레, 달맞이꽃도 있고 배추, 상추, 시금치도 있다.
냉이 종류는 냉이 외에도 말냉이, 황새냉이, 좁쌀냉이, 다닥냉이, 싸리냉이, 물냉이처럼 종류도 많고 이름도 참 재미있다.
추운 날씨에도 이른 봄에 꽃대를 올릴 준비를 하는 로제트 식물들은 몸집도작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렇지만자신만의 방식으로 대를 이으려는 의지만큼은 지혜롭고 강인한성질을 지닌 잡초의 대표식물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