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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잡초
한겨울 세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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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여심
Dec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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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이 차가워졌다. 12월 고향 농촌은 한가롭고 밤이 길다. 동지를 맞아 그동안 미루었던 작은 동네축제가 열렸다. 화려한 조명도 달고 팥떡과 떡국도 나누며 음악 공연도 펼쳐졌다. 달아오르는 장작불처럼 마음이 따스해졌다.
텃밭정원은 아침저녁으로 꽁꽁 얼었다가 한낮에는 살짝 녹으며 햇살을 즐긴다. 늘 푸른 나무 외의 잎들은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그나마 달린 나뭇잎은 생기를 잃었다.
할 일을 끝낸 식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 같다. 혹시 추울까 봐 두꺼운 옷으로 줄기도 감싸주며 혹독한 겨울을 잘 이겨내길 바랐다.
부직포를 덮은 상추밭은 투명비닐로 작은 온실을 만들었다. 매서운 바람에도 날리지 않도록 비닐을 흙으로 잘 덮었다.
흙을 삽으로 떠보니 초록초록 잎사귀들이 같이 올라왔다. 잎에 하얀 솜털이 보이는 유럽점나도나물이다. 그 옆에는 둥근 잎을 가진 별꽃도 보인다. 저기 보이는 초록잎은 뭐지? 고개 숙여 찬찬히 보니 여러 겹의 드레스를 입은 광대나물이다.
매서운 겨울바람 사이 한낮의 따스한 햇살 사이로 이 조그만 풀들이 아직도 자라고 있구나. 잡초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하다. 작다고 얕보면 안 된다.
이 작디작은 풀들이 언제까지 초록의 빛을 잃지 않을지 잘 지켜봐야겠다. 땅이 하루종일 얼어 버리는 한겨울에 이 세 자매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놀라게 할 것인지. 생각만 해도 설렌다. 키가 더 자라고 꽃도 셀 수 없이 많이 피우게 될 봄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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