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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워수 Jul 21. 2023

[비행일기] 8개 국어 하는 승무원

기억에 남는 크루


유럽에서는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멀티링구얼~ ​


내가 사는 독일, 특히 베를리너 독일인들에게 영어는 기본이다. 영어가 안 통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생각될 정도! 영어 외에도 유럽 언어 한 두 가지 더 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라틴어를 뿌리로 두고 있어 공통점이 많은 언어들도 있고, 엄마 독일인 아빠 프랑스 사람 이런 집도 많고, 지리적 특성상 어릴 때부터 외국어를 쉽게 접하고, 배우게 되고 해서 다중언어 구사자가 많은 것 같다.​


우리 회사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비행 때 나오는 크루리스트에 이 승무원이 어느 나라 말을 할 줄 아는지 같이 써져서 나오는데 우리 회사 승무원들에게 독일어, 영어는 기본이니까 당연히 하는 걸로 간주돼서 안 쓰여있다. 이 두 개를 제외한 외국어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해당 언어 시험을 패스해 공인된 언어만 등록된다.

바로 이렇게

해당 외국어를 안녕 땡큐 한 두 마디 하는 레벨이 아니라, 최소한 기내상황에서 (ex 서비스, 기내 방송, 응급상황..) 쓸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니 꽤 유창하다. 내 이름 옆에는 한국어 KO 가 같이 나온다. 원어민 어드밴티지 히히

유럽 국적 승무원이 대부분인 우리 회사에서 제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ES 스페인어, FR 불어다. 이태리어 IT는 그 두 개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비율인 듯하고.


좀 특이하다 싶은데 은근 또 많은 언어들은 RU, PT, PL 러시안 포르투갈 폴란드어? AR 아랍어 하는 아랍 백그라운드 있는 승무원들도 많고.. 중국어 달고 있는 승무원들도 일 년에 두 명 정도는 보는 것 같고요!​


특정 언어를 할 줄 알면 그 언어 쓰는 나라 비행 리퀘스트가 유리하다고 한다. 스페인어 잘하는 사람들은 남미 비행을 많이 가고, 한국어 할 줄 아는 크루는 한국 비행 신청하면 웬만하면 다 받는다고 했다. 비행기 안 손님들한테 쓰고 레이오버 가서 쓰다 보면 원래도 잘하던 거 더 잘하게 되고 그러겠죠?

아침밥


몇 년 전 일인데 할 줄 아는 언어가 6개나 된다고 쓰여있는 애가 있었다. 그럼 독일어 영어 합치면 8개 국어나 할 줄 안다는 것!! 이것이 가능하다고?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궁금했는지 쉬는 시간에 다 그에게 가서 질문을 퍼부었다. 너 왜 승무원해? 유엔 가서 일해야 되는 거 아니야? 비법이 뭐야?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스위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엄마가 덴마크 사람, 아빠가 헝가리 사람 … 뭐 이런 백그라운드가 있었다. 자라오며 엄마랑은 덴마크 말만 쓰고, 아빠는 헝가리 말로만 대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님끼리는 영어를 써서 집에서 이렇게 세 가지 언어를 익혔다고. 그리고 스위스에서 자랐으니 학교에서 독어 불어를 당연히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15살인가 쯤에는 덴마크 헝가리 영어 독어 불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단다. 이중언어 환경에서 두 개 언어 잘하기도 힘든 게 대부분인데 이 정도라니~ 어느 정도 선천적으로 크게 타고난 부분이 있긴 한 것 같지만! 어쨌든 그 후에 라틴어 베이스로 스페인어를 배웠고 덴마크어랑 비슷한 스웨덴어를 골라 이건 정말 큰 어려움 없이 익혔다한다.


동양언어를 하나 하고 싶어서 뭘로 할까 하다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는데, 자기는 이미 언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고- 뭔데 뭔데

하루에 딱! 삼십 분만, 대신 매일매일! 하면 일 년이면 어떤 언어든 읽고 쓰고 말하고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모두가 아는 방법이지만 제일 힘든 것.. 매일매일 꾸준히의 힘을 여기서도 느꼈다. 일본어는 아직 모르는 게 많고 딱 회사 시험 통과할 정도만 가능하다고 말했던 기억인데 이 대화가 벌써 5-6년 전이니 지금쯤이면 아주 유창하게 일본어를 하고 있을 것 같다. ​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한국 사람이에요, 맛있어요, 맥주 주세요’ 정도만 현지 언어로 해도 사람들이 더 친절해지고 나한테 뭐 하나라도 더 해주려고 하는 걸 경험하는데 이 동료는 세계 곳곳에서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심지어 한국어도 뜻은 모르지만 한글 읽는 건 가능하다고 했던.. 진짜 대단하고 부러웠던 크루였다. 나의 제자리 독일어도 끌어올려야 할 텐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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