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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워수 Jul 21. 2023

[비행일기] 디제스티프 베일리스

유럽에서 식사 마친 후 마시는 술 한 잔, 베일리스


옛날 옛적 우리 회사 이코노미에도 술 빵빵하게 넣어주던 시절, 디제스티프 = 식후주로 베일리스랑 브랜디가 실렸었다. 승객들 식사 마친 트레이 걷어가며 ‘커피나 차, 식후주 드시겠습니까~’ 하며 권하는 거였는데 밥 먹은 후에 리큐르를 마시는 게 딱히 우리 식문화가 아니기도 하고, 한국분들은 워낙 커피를 좋아하셔서 식후주를 달라는 승객이 거의 없었다.


베일리스 나는 원체도 참 좋아하는 술이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아쉬웠다. 맛있는 건 나눠먹어야 더 맛난 법이고 어차피 유니폼 입고 있어서 술 못 마시는데 남들 마시는 거 보고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다 이거예요~


그래서 그냥 “베일리스나 브랜디 드시겠어요?” 해도 되는 걸 술회사 다니던 경력을 살려


크림 캐러멜 맛 나는 술이에요~
유럽 사람들 밥 먹고 나서 많이 마시는 술이에요~
커피에도 타서 먹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조잘조잘하면 꽤 많은 한국인 승객들이 도전해 보시고는 맛있다고 좋아하셨다.

그날도 열심히 베일리스를 홍보하던 내 말을 들은 승객 세 분이 그 술 한번 줘보세요 하셨다. 세 명 쪼르륵 앉아있었는데 알고 보니 20대 중반 정도 남자 승객이, 엄마랑 무려 할머니까지 모시고 유럽 여행 가던 길이었던 것! 흔치 않은 조합의 3대가 여행 가는 게 너무 보기 좋았는데 세 분 다 베일리스 너무 맛나다고 즐거워하셔서 흐뭇했다.


서비스 다 끝나고 갤리 정리하고 있는데 아까 그 남자 승객이 주방으로 오셨다. 그 술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하더니 할머니가 태어나 마신 술 중 제일 맛있다고 너무 좋아하셔서 사진 찍어가고 싶어요 하시는 게 아닌가!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내가 드린 거 너무 맛있다고 하시는 게 참 뿌듯하기도 하고, 할머니 연세에 새로운 거 잘 드시는 게 멋져서 사무장한테 ‘이러이러하다는데 베일리스 선물하고 싶어 괜찮니?’ 하니 쿨하게 오케이 해서 새 걸로 한 병 가져다 드렸다. 제가 드리는 건 여행하는 동안 자기 전에 한 잔씩 드시고 베일리스 유럽 공항 면세점에선 다 파니까 귀국길에 한 병 사가셔서 한국 가서 드시라고~

요새는 이코노미 클래스에 베일리스는커녕 원래 있던 것도 다 유상 판매로 바뀌어서 이런 재미가 사라져서 아쉽다. 비즈니스 클래스엔 아직 실리는데, 얼마 전 오랜만에 비즈니스에서 일하다 베일리스 보고 잊고 있던 이 일화가 갑자기 생각나서 써본다 흐흐


베일리스 인스타그램은

https://instagram.com/baileysofficial?igshid=YmMyMTA2M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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