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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워수 Aug 20. 2023

[비행일기] 기억에 남는 브리핑

Good afternoon everyone!


한국 항공사는 팀 비행이라는데, 우리 회사 포함 (아마 거의 모든) 대부분의 외항사는 비행 때마다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이 된다. 그 말인즉슨 매번 다른 사무장, 크루들과 만나 매번 다른 브리핑을 한다는 것!


공식적인 회의다 보니 누가 하던 큰 틀은 비슷하다. 모든 멤버가 자기 이름 말하며 악수하는 걸로 시작해서 everyone fit to fly? everyone got the right passport and id? 크루들 상태 체크 후 비행 정보로 넘어간다. 오늘 비행 만석이네 휠체어/애기가 몇 명 타네, emergency 관련, first aid 관련 질문도 하고 혹은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이 크루 중에 있는지도 체크한다. 유럽, 북미 항공사는 근무 조건도 유연한 편이고 겸직이 가능한 곳도 많아 현직 의산데 기장, 응급구조사인데 승무원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참 신기하죠! 브리핑에서 이런 동료 있는 거 알면 벌써부터 든든해진다.

캐빈 브리핑 후에는 플라잇 크루가 비행시간이며 루트 말해주고 비행기 기계적인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준다. 다른 회사는 어떠려나요?


지금까지 8년 넘게 비행하며 수도 없이 한 브리핑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몇 가지!


너네 얼굴 주름은 펼 수 없지만 최소한 유니폼 주름은 다리미로 없앨 수 있다며, 유니폼 깔끔하게 입으라고 하던 사무장, 나도 셔츠 각 잡아 입는 거 좋아해서 유니폼 다림질 할 때마다 생각난다.

우리는 한 팀이고 나는 언제나 너희들을 위해 있을 거야,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팀워크 팀 스피릿…이런 거 유난히 강조하는 사무장치고 일 잘 도와주는 사람 못 봤다.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한국 속담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말이라도 그렇게 하지 말던가..

너희들의 역할은 너무나도 다양하지! 불 끄는 소방관이고, 아픈 사람 살리는 의사고, 싸움난 승객들 말리는 유치원 선생님이기도 하지! 나는 우리 크루들이 너무 자랑스러워라고 말해주던 기장 완전 감동이었고,

”우리는 너네 한국인 승무원들한테 모든 걸 의지하지 않을 거야, 한국 승객들 영어 잘하는 편이잖아? 우리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 맞지? “ 이렇게 말해주던 든든한 사무장들도 있다. 남자 사무장 하나가 우리 네이티브 스피커 승무원들의 고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길래 (나 승객들이 우리한테 말할 때랑 너네한테 말하는 거 다른 거 알아.) 내가 깜짝 놀라니 자기 여자친구가 중국인 승무원이라며~ 그녀한테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다며~~ 일본 비행할 때 자기 붙잡고 우는 일본인 크루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냐며~~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브리핑의 절대적 국룰이 하나 있다. 어느 항공사 직원이든지 공감할 것 같은데 기장이 오늘 터뷸런스 없다고 we expect smooth flight today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꼭! 비행기가 정말로 갑자기 심각하게 많이 흔들린다ㅋ 캡틴들도 이걸 알아서 “Computer says theres no turbulence today, so we are gonna get a big one maybe”라고 덧붙일 때도 있다.


2-30분 남짓 짧은 시간이지만 이걸로 오늘 12시간 비행 어떻게 굴러갈지 대충 감 잡을 수 있어서 집중 열심히 하게 되는 브리핑 이렇게 돌아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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