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똑 떨어졌던 글
10년 차 승무원으로 일하는 나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인천공항을 드나든다. 그리고, 인천공항 하면 여행의 설렘보다는 누군가가 엄청나게 울었던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
40년도 전에 미국 이민 가서 사시는 친척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한국 방문하셔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귀국하시던 날, 당신들 눈에 밟히는 게 너무 많아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고 엄마 아빠 손잡고 우시던 모습.
스마트 폰도 없던 시절, 둘째 동생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용감하게 미국으로 홀홀 단신 유학 가던 날 엄마 등 다 적셔가며 언니 안 가면 안 되냐고 훌쩍훌쩍 업혀 울던 게 너무 귀여웠던 우리 막냇동생.
승무원이 되어 독일로 취업 이민 가던 날, 큰 가방 이고 지고 떠나는 나에게 “가서 잘하겠지만, 혹시라도 마음 바뀌어서 안 가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라던 우리 엄마. 딸을 셋이나 낳았는데 어쩜 다 나가 사는지 빈 둥지 어미 새 같다고 눈물 찍어내던 엄마의 모습.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생 시절 해외 장거리 연애 덕에 공항에서 드라마 참 많이 찍었다. 교포 남자친구가 14시간이나 걸려 한국에 왔을 때, 웃으면서 맞이하고 싶었건만 눈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와 곱게 한 화장 다 지워졌던 기억. 한국에서 함께 보내는 꿀 같은 시간은 어찌나 금방 지나가던지 재회했던 날 흘린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출국장에서 우리 금방 보겠지 하고 작별인사하며 또 엉엉 울었더랬다. 반투명 유리문 너머 보이는 시큐리티 체크 하는 오빠 머리 뒤통수 보며 드라마 여주인공 마냥 눈물 훔치곤 했는데… 지금은 헤어진 지 한참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맨날 울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빠를 맞으러 엄마 손잡고 동생이랑 공항버스 타고 가면서 이번엔 아빠가 뭘 사 오셨을까, 크리스마스보다 더 설레던 날들도 있었다.
승무원이 된 지금, 저희 비행기는 지금 인천공항으로 착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고 안내방송을 마치면 “아~집에 다 왔다!” 하며 안전벨트를 고쳐 매는 승객들 소리가 들려온다. 로마에 가서 젤라토를 먹고 오겠다는 설레는 마음과 크로아티아 푸른 바다에 발 담그고 오겠다는 기대감은 내 나라 우리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되어 돌아온다.
인천공항에서만큼 내가 많이 울고 많이 웃었던 곳이 있으려나.
누군가를 배웅하러, 맞이하러, 여행길에도, 또 승무원이 되어서도 수 백 번을 드나들었지만 인천공항은 나에게 출근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남자친구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내 풋풋한 사랑의 목격자이며, 이역만리 외국 땅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딸들을 둔 엄마의 기도실이고, 항상 그리운 가족들이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향이다. 오랜만에 보는 아빠한테 있는 힘껏 달려갈 수 있는 운동장이고, 여독에 지친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고국이다.
내가, 우리 가족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모든 자가 진실된 눈물을 흘리고 진실된 미소를 짓는 공간. 인천공항은 나에게 세상의 모든 진심이 모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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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냈다가 똑 떨어진 글~
다시 올리기 쑥쓰럽고 부끄럽지만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엄마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딸들을 둔 엄마의 기도실” 부분 읽고 눙물 흘렸던 기억이 소중하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