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불은 유혹적이야
그날도 무대에 늦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7시 가수는 정확히 7시에 첫곡을 불러야 한다
미사리 큰 사거리
멀리 신호등이 보이고 내 앞에 중형차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신호등이 위태위태해 보이더니 주황불로 바뀌고 있었다
순간의 갈등
늦으면 안 되는데...
멈출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
앞차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용기를 얻은 나는 그대로 달렸다
그때였다
내 앞에 달리던 앞차가 마음을 바꿔 급정지를 해버렸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속도를 이기지 못한 내차는 앞차를 들이받아버렸다
차에서 내려 앞차의 차주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중형차라 그런지 뒤 범퍼에 흠집이 크지 않았다
너무 죄송하다고 인사하는 내게 범퍼값만 송금해 달라는 차주는 웬일인지 화를 내지 않았다
딱하다는 표정으로 급히 차를 몰고 가버리는 것이다
내차로 뒤돌아서던 나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내 작은 차는 앞섶이, 엔진뚜껑이 심하게 주저앉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있었다
앞차의 차주가 왜 그런 표정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 내차를 고이 보내주었다
황색불이 유혹하여도 절대 선을 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지금도 주황불은 유혹적이다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