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의 실종
열두 살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키우던 반려견 복실이가 보이질 않았다
우린 3년을 함께 지내며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던 사이였다
물론 복실이의 속마음은 알 수 없었지만 다른 개들과 달리 총각김치를 좋아하는 것, 옆집강아지 검둥이가 여자 친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겨울이었다
어디에서 놀고 있다가도 내가 돌아오는 시간이면 짱가처럼 나타나 그 자리에서 꼬리를 흔들어대던 아이였는데 어딜 간 걸까
집에는 엄마도 없었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복실이를 찾아 꽤 먼 곳까지 헤매고 다녔다
젖어버린 옷에 , 배고픔에 , 추위에 지쳐 되돌아왔더니 엄마가 계셨다
아침나절부터 보이질 않더라는 엄마의 말에 난 그만 울어버렸다
그때까지 누굴 잃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웠다
그날부터 옆동네까지 뒤지고 다녔다
길치인 내게 그런 용기가 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비가 내리던 그날
울며 울며 바라본 우리 집 정원엔 잔디 대신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누구도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정원의 엉망인 모양새를 보며 어렴풋이 기울어진 그즈음의 우리 집 형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른들의 사정, 어른들의 비밀
그것들에 휘말려 복실이가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모습으로 헤매 다녔던 그날의 내가 비 오는 날의 풍경으로 박혀 있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은 복실이가 옆집 과수원으로 보내져 수원 어디쯤으로 떠났다는 얘기였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얘기지만 복실이는 며칠 후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어디부터 도망을 온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코도 까져 있고 발바닥도 엉망이었다
그 당시 세진 컴퓨터인가 하는 광고에 등장하던 하얀 개는 복실이를 연상케 했다
어떤 힘이 그 애를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했는지 오래도록 궁금했다
내가 그리웠던 걸까
옆집 친구가 그리웠던 걸까
그 고생에도 불구하고 복실인 결국 다시 과수원집으로 보내졌다
그때였던 것 같다
내가 세상 사는 일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을 품게 된 것이...
인생이 내 뜻대로 펼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온몸에 상처를 내면서 그 험한 길을 헤쳐 도망 왔는데도 함께 살 수 없는 그 형편이라는 게 초라하게 느껴져서 가슴이 메어지는 듯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이 날아가 버리고 겨우 식구들 몸 누일 공간정도인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그 커다란 복실이를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이유가... 그 가난한 이유가 싫어서 나는 두 번 다시 반려견을 키우지 않기로 했다
어린 시절 한 조각의 풍경으로 생각하기엔 복실이는 의미가 달랐다
책임감을 알게 했고 상실의 아픔을 깊게 새겨줬고 무엇보다 그리움을 가르쳐줬다
그 애는 내게 짧은 시간 아주 큰 배움을 주러 온 정령 같았다
유년의 나를 돌아보면 그 한가운데 복실이가 있다
삶이 동화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그래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 아이
나는 아마 오래도록 복실이를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