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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 고무신
6화 뱀
by
캔디쌤
Nov 30. 2024
뱀은 징그
럽다.
달콤한 말로 이브를 꾀어 인간의
영원한 안식과 평안
을 앗아간 그
나쁜 놈을 유전적으로 싫어한다.
그래서 오늘은 뱀을 시원하게 처단한 우리 동네 꼬마들 이야기를 해보려
고
한다.
돌이 섞여 울퉁불퉁 구멍이 숭숭 나 있는 흙담을 잽싸게 넘어가기란 아무리 '구렁이 담 넘어가는 솜씨'가 일등급인 뱀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구멍과 구멍
사이에 자기 몸을 턱 걸치고 낮잠을 자거나 잠시 쉬어가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감히 어디라고 그렇게 넋 놓고 쉬고 있었는지....
누군가 '뱀이다'라고 외치면 할 일 없는 시골
아이들은 갑자기 신이 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짱돌을 양손에 챙겨 들고 우르르 몰려가 뱀을 향해 마구 던졌다. 생명체에 대한 소중함보다는 그저 뱀은 나쁘고 없애버려야 하는 존
재였다.
" 야, 이 뱀 갖고 우리 뭐 하지?"
"....
그냥 풀숲에 던져."
옥이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살 아래 완이가
갑자기
끼어들
며 말했다.
"작대기 하나 갖고 올게."
"뭐하게?"
완이는 정말 쪼그
마했는데
날쌔고 겁이 없었으며 옥이보다 훨씬
짓궂었다.
동네 식수인 우물에 침 뱉기, 두레박에 돌을 담아 우물 바닥에 가라앉히기는 나와 완이의 주요 합작품이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나는 (상당히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는데 완이는 우물 테두리를 밟고 뱅글뱅글 도는 게 주특기인 아이였다.
땔감 뭉태기에서 작대
기 하나를 쑥 뽑아온 완이가 죽은 뱀을 칭칭 돌려 감았고, 동네 첫 집인 우리 집 담장 아래에 숨어 함께 작전을 짰다.
옥이와 나는 담장 구멍 사이로 누가 지나가는지 망을 보고 힘센 완이는 담장 옆
거름더미에 올라가 수그린 채로 던질 준비를 했다.
까만 교복을 입고 한 시간 이상 걸어 하교하던 불쌍한 윗동네 언니들이 그날의 희생양이었다.
"완아, 지금이야! 언니들 지나간다!"
"
응, 던질게!"
하늘에서 갑툭튀 한 죽은 뱀이
서로
팔짱을 끼고 재잘거리는 대여섯 명의 언니들 위로 날아가 덮쳤다.
가방이고 뭐고 다 던져버리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울고불고... 지나가던 어른들은 '아이고머니나' 하면서 뒤로 자빠지고... 우린 담벼락을 방패 삼아 옆집으로 도망을 갔고...
대환장의 광경이 펼쳐졌다.
그 사건 이후 언니들은 우리 동네를
통과하지 않고 더 먼 길을 둘러 다니는 수고를 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한약을
지어먹었다는
이야기,
아랫동네 애들 유별나다는 윗동네 아줌마들의 수군거림이 한동안 들려왔지만
우
린 쫓겨나지 않고 무사했다.
다만
휙 날아가던 뱀과 놀란 비명 소리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뇌리에 선명하다.
언니들은 더 또렷하고 끔찍하게 이날을 기억하고 있을 테지...
그 이후로도 뱀은 겁 없이 계속해서 출몰했고, 우린 뱀을 죽이거나 생포해서 마리당 이백 원에 파는 일상을 반복했지만 더 이상 사람한테 던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죄인 3인방이
양심의 가책을 크게 느꼈으리라 믿고 싶다.
문지방에 널브러져 있다가 컴컴한 새벽에 밭일 나가는 아저씨 벨트가 될 뻔한 멍청한 뱀...
다라이(
대야) 담긴
열무얼갈이배추를
풀숲인 양
돌진하다 아줌마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뱀....
우리의 무수한 구박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소심한 복수를 하던
바
보 같은
배
앰.
정말
얄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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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만화를 재밌게 본 상담교사입니다. 나의 힐링공간인 어린시절 이야기를 힘들 때마다 하나씩 소환해서 재밌게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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