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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로 Jul 24. 2023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오류

소통은 생각보다 어렵다

    원래 글을 시작하기 전 제목을 '커뮤니케이션의 세대차이' 혹은 '의외의 지점에서 마주친 세대차이' 정도로 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세대차이' 라는 말이 주는 뭔지 모를 부정적인 함의가 걱정되면서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라는 것이 그다지 이번과 저번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해당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대학을 막 졸업한 올해 초를 시작으로 예전부터 해오던 학원 일의 연장선상에서 영어와 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대학원을 다니며 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학생이자 선생인 삶을 살고 있다. 이 몇개월간 여러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특기할 만한 것 하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세대 혹은 연령에 따라 꽤 다른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선 문자와 음성, 혹은 대면의 선호도 차이가 있다. 내가 속하는 (비교적) 어리거나 젊은 강사들은 상대적으로 공식적이고 업무적인 소통의 수단으로 문자언어를 선호하는 것 같다. 나만 해도 업무는 시간을 두고 검토할 수 있으며 기록이 남는다는 점에서 글을 선호한다. 예를들어 이전에 잠시 일했던 한 스타트업은 직원 연령이 많아봐야 30대 초반이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거의 대면 대화 없이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Slack)을 통해 소통했다. 그래서  '해야할 일 리스트' 혹은 '목표', '주의사항' 등이 정리된 일목요연한 리스트와 거기에 첨부된 코멘트를 통해 일종의 태스크, 혹은 퀘스트처럼 일이 사람들 사이를 오갔다. 당연히 어떠한 필요에 의해 구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오갈 수 도 있지만 그것은 적어도 일반적이진 않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문자를 통한 태스크 중심 커뮤니케이션을 벗어나는 상황은 주로 시간적으로 급하거나 문자만으로는 도저히 전달이 안 될 만큼 상황이 복잡해서 구어 뿐만 아니라 제스쳐나 눈 앞의 시연, 예시까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어디까지나 지칭의 편의상) 기성세대 선생님들은 같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직접 얼굴을 보고, 말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의사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하는 것 같다. 여기서 우선한다는 말은 중요도의 측면과 빈도와 선호의 측면을 모두 포함한다. 조금 복잡한 이야기가 있으면 카카오톡이나 기타 sns보다는 출근 시간대가 겹칠 때를 찾아 직접 이야기하거나 아예 회의 겸 회식이 계획되곤 한다. 하지만 문자 언어로 전달이 불가능할 만큼은 아닌 경우가 많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틈틈이 이루어진 구어적 약속이나 전달된 정보를 잘 캐치하지 못하는 순간이 왕왕 있었다. 왜냐하면 정말 중요한 내용이라면 '당연히 텍스트로 정리된 자료가 오겠지' 혹은 '정식 회의를 하겠지'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즉 중요도에 대한 우선순위가 반대로 다르다면 그것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기성세대 선생님들의 경우에도 당연히 문자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순서와 중요도의 방향이 앞선 경우와 다르다. 따라서 자연히 텍스트를 통한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정해진 형식이 있기 어렵다. 일단 덜 주목할태니 말이다.


    문자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도 조금 다른 것 같다. 예를들어 sns나 메신저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방식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기성세대에 속하는 선생님들의 대화를 메신저 상에서 보고 있으면 때때로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디지털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말투 혹은 어조가 내가 받아들이기엔 '어라? 화났나?' 라거나 '나는 왜 갑자기 혼나고 있지?' 라는 식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실제로 그 선생님과 대면하여 이야기 해 보면 전달과 표현상의 오해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내 생각에 문자에 기반한 모바일 소통수단을 일종의 네이티브로서 사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식, 사용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메신저에서 사용된 '넵' 과 '네' 와 '넹', 'ㅋ'과 'ㅋㅋ'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 그 언어적 함의가 모두 다르다는 설명을 했을 때 두 집단은 좀 다른 반응을 보일 것 같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사소한 실패가 여러번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이로 인한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차이가 있는 것 자체는 - 그 차이가 너무나도 크지만 않다면 -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그냥 대처를 잘 하면 되는 것 같다. 너무 평범한 결론이지만 여기에 새로운 방안이 묘수랍시고 나오면 그게 더 큰일이 아닐까. 그건 어떤 방식이든 강요가 될 것 같다. 물론 학원은 기본적으로 프리랜서 집단의 성격이 강해 다른 형태의 기업이나 조직과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필 내가 근무해본 회사도 스타트업이라 뭐라 말을 하기엔 내 경험이 부족하다.


    여담이지만 이와 같이 언어가 매체를 통과할 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이슈가 고등학교 "언어와 매체" 교과목 등장의 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교과목의 어조가 좀 교훈적인 색채가 있어 마음에 안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교과서는 그럴 수 밖에 없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고등학교 2,3학년쯤 된 시점이라면 좀 더 현실적이고 날것의 언어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텍스트를 읽게 하는 교육을 시도해도 되지 않으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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