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쌓고 배우고 느끼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삶
경험을 쌓는 일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위해 해외여행을 다니고 누군가는 다양한 일에 도전한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던 어린 시절에는 그저 놀러 가는 것이니 소풍을 좋아했고 친구들과 밤새 놀 수 있으니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좋아했다. 또, 인생의 쓴맛 또는 교훈을 얻고자 친구들과 부딪히거나 새로 사귀지 않았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주어진 대로 살았을 뿐이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 당시 어떤 목적으로 소풍을 갔는지, 또 무엇을 배우려고 수학여행을 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에게서 장난 삼아 일본어 회화 책을 빼앗아 읽었던 경험이 그로부터 8년 뒤에 간 일본 여행에서 더 좋은 경험을 만들어 주었다. 당연히 6학년의 나는 당시 일본 여행을 갈 계획이나 생각조차 없었다. 또, 내가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 인터넷 카페에서 익명의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았던 경험이 대학 진학 과정에서 나를 심리학과로 이끌었다. 이 외에도 내 삶 속에는 나도 모르게 쌓인 과거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현재가 있다. 지금 현재의 삶을 꿈꾸며 의도적으로 경험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두뇌의 저장용량
최면이나 정신분석 치료 상황에서 환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는다. 무의식의 영역에 억압당해 내재되어 있던 기억들을 찾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평소 듣고 보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 뇌에 저장이 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작은 뇌 안에 한 인간의 인생이 모두 담기는 것인데, 실제 뇌의 저장용량은 약 1PB(페타바이트) 정도이다. 이는 무려 47억 권 이상의 책을 담을 수 있고, 2GB(기가바이트) 짜리 영화를 524,288편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영화 한 편을 평균 2시간으로 보고 계산하면 1,048,576시간의 영상물이 저장된다는 것이다. 반면 인간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100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76,000시간으로 이마저도 뇌에 담고도 공간이 남는다.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뇌에 저장이 된다는 것은, 이후 어떤 상황에서든지 과거에 경험한 것들이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야기한다. 나쁜 경험을 했다면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좋은 경험을 했다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것들과 앞으로 경험할 모든 것들은 방대한 용량을 가진 뇌에 차곡차곡 쌓여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다.
단순한 경험을 넘어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상위권의 친구와 비슷한 양의 공부를 했음에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차이점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어 보았는지가 아니다. 해당 문제를 얼마나 더 잘 이해했는가이다. 경험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더 많은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가가 중요하다. 경험을 쌓은 사람보다 경험을 쌓고 그 위에 배움을 얹은 사람이 낫다.
이 글을 읽는 순간조차도 경험이다. 이 글을 평가하는 것조차도 경험이다. 이 글을 통해 배우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만, 비판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어떤 형태로든 단순한 경험을 넘어 배움을 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