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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햄 May 24. 2021

내가 동생에게 우유를 주는 이유

언젠가 너도 엄마의 사랑이 더 맛있다는 걸 눈치채겠지?

"으에에에에에에엥!!!"


동생이 시끄럽게 우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벌써 아침인가? 밖이 밝은 걸 보니 밤은 아닌 것 같다.


엄마랑 아빠는 아직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명 어제도 우리를 재운 뒤에 늦게 잤을 거야.

엄마는 아침만 되면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거든.


내가 동생을 다시 재워보자. 그러면 엄마가 좋아하겠지?


동생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힘 없이 잡은 내 손을 뿌리치며 동생은 더 크게 울 뿐이었다.


"알았어... 우유 줄게."


엄마가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엄마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 엄마가 또 짜증 내면서 일어날 것만 같아 불안해졌다.


분명히 동생한테 우유를 준다고 말했는데 엄마는 다시 잠이 든 것 같다. 엄마는 거짓말쟁이... 동생은 울음을 그치고 얌전히 기다리는 듯하더니 다시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알겠다고..."


드디어 엄마가 일어났다. 동생은 아침이랑 저녁에 우유를 꼭 마신다. 나도 우유를 좋아하지만 저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동생은 평소에도 우유를 달라고 자주 울곤 한다.


"엄마! 내가 우유 줄 거야!"


나는 후다닥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는 엄마와 동생을 따라갔다.







나는 동생에게 우유를 주는 게 좋다. 엄마가 우유를 빨대컵에 따른 후에 나에게 주면 나는 그걸 동생에게 건네준다. 필요 없는 과정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엄마가 동생을 챙기는 것처럼 나도 동생을 챙겨주고 싶다. 엄마를 도와주고 싶다. 내가 동생을 더 많이 챙겨주면 엄마는 동생이 아닌 나를 챙겨주지 않을까?


동생은 아직 어리고 나는 이제 5살이다. 나는 혼자서 이도 닦을 수 있고 양말도 신을 수 있다. 나는 말도 잘하지만 동생은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몇 개 없다. 나는 이제 숫자도 잘 읽고 한글도 읽기 시작했는데. 쟤는 갈 길이 먼 거 같다.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동생을 더 챙기기도 한다. 동생은 자주 운다. 나도 가끔은 쟤가 왜 우는지 모르겠다. 너무 시끄러워서 귀를 막아버릴 때도 있다. 엄마한테 쟤는 왜 저렇게 우냐고 물으니 엄마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가끔은 서운해지기도 한다. 엄마는 내가 일등이라고,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늘 말하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실은 동생을 더 사랑하는 건 아닐까? 나를 정말 일등으로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엄마가 동생을 안아주고 있을 때, 살며시 엄마 옆으로 가서 나도 안아달라고 팔을 벌린다.


동생은 오늘도 우유를 달라고 울어대겠지. 네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우유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나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할 거야. 언젠가 너도 우유보다 엄마의 사랑이 더 맛있다는 걸 눈치채겠지?


자, 누나가 우유 줄게. 아직은 눈치채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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