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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미로 Jan 30. 2021

그 시절, 너가 좋아했던 곳

2021.01.10  [달빛 작가]

어렸을 적

쉽게 먹을 수 없었던

고급 음식이 하나 있지.


바삭한 소리만 들어도

군침이 고이는 고거 슨

바로 돈가스!


가족끼리 외식할 때면

꼭 “시인과 촌장” 에서

스테이크 부럽지 않게 썰었다지.


놀이방에서 실컷 놀고

아이스크림까지 챙겨주는

그곳은 나의 최고의

레스토랑이었어.


언제 가도 분위기에

설레고 행복할 것 같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제일 먼저 뛰어가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승자였어.


그 좁은 복도를

뛰어다닐 수 있는 건

우리뿐이었지.


생일이면 한 집에 와글와글

모여서 같이 생일 초도 불고

친구들의 정성 가득한

엄마표 음식을 먹었어.


배부르면 가득 찬 신발장을

벗어나 놀이터에서

세상 떠나갈 듯이 웃으며

술래잡기를 했지.


응답하라 1999가 되어버린

내 고향 “초원아파트”는

동거 동락했던 고마운 친구들과

소중한 아지트로 남겨둘 거야.



할아버지 댁 “거창” 과

외할머니댁 “부산” 은

물과 불같은 거리였어.


부모님의 만남은 운명이었겠지만

명절날만큼은 재앙이었을 거야.


밤새 운전하는 아빠 뒤에서

우리는 맛난 휴게소 간식을 먹고

이불과 함께 잠이 들었지.


눈떠보니 도착했던 곳은

익숙하지만 낯선 향기가 느껴졌어.

생각해보면 반가움과 그리움이

담긴 향기가 남아있어 그곳으로

달려가게 되는 것 같아.


거창은 어린 조카들 사이에

첫째 노릇하느라 전쟁이었고,

부산은 어리광 피울 수 있는

첫째라서 힐링이었지.


나의 색다른 역할극이

펼쳐져서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할 수 있다면 잘하고 싶어.



기숙사에 갇혀 살기 싫었던 날들에

우리는 모험을 찾아 떠났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며

해방을 외쳤고 조명에 비쳐

반짝이는 물가가 눈에 아른거렸어.


발맞춰가는 산책의 매력에 빠져

친구와 새벽부터 아침해를 보는

지경까지 이르렀지.


대학생활이 힘들거나 지루할 때

술보다 “유등천”으로 향하는 게

우리의 정답이었어.


짧게 농담을 나누며 강가를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았던

한 여름밤의 꿈을 잊지 못할 거야.

너희도 아직 꿈꾸고 있는지 묻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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