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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미로 Feb 08. 2021

나라는 명작

2021.02.07  [달빛 작가]

순간의 감정들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을까?


남아있으려 발버둥 치는

감정들이 나에겐

잃어버린 장난감 같다.


지나 보면 별거 아닌

사치였을 뿐,

잠깐의 설렘과

추억으로 잊혀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닫혀있는 문을 열려는

발칙한 속임수들이

먹히지 않는다.


드라마, 영화, 책들이

나의 마음을 뒤흔들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추천해달라는 말들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나의 실패작들이 누군가에겐

인생작이 될 수 있으니.


선택하기엔 나의 폭이

좁고 솔직하지 못했다.


추천을 받노라면

일말의 희망을 갖고

지켜보고 대답하기를 반복했다.



꽉 막힌 나에게

명작이 있다면,

아마 '그림'일지도 모른다.


해석하지 않으면

그림은 그냥, 캔버스 위

물감이 발려진 사물이다.


하지만 사물 위에

자신의 수많은 고민과

인생이 담겨있다면

해석해볼 만하다.


화가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칠 기회를

우리에게 주었다.


점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치 있는

명작이 되었다.


특히 ‘자화상’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고,

화가의 호불호가 갈리는

중요한 요소였다.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이

사랑받으며 회자되었다.


나 역시, 한 사람의 인생을

고민하면서 공감했던

감정들이 ‘자화상’에서

가장 컸던 것 같다.



‘나’라는 명작,

크으~ 얼마나

간지 나는 명작일까.


기대완 달리 화려한

분장으로 초라한 내면을

감췄던 화가가 있다.


바로 '베르나르 뷔페'다.


‘베르나르 뷔페가 뜨는 별,

피카소가 지는 별’

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피카소의 대항마였던


뷔페는, 마지막 20세기

구상화의 대표주자였다.


작화들의 날카로운

직선 기법과 자신의 싸인을

새겨둔 점이 인상적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불후했던 시대상을 담아낸

작품들도 훌륭했지만,

나의 이목을 끈 건

다름 아닌 ‘광대’들이었다.


평소의 광대와 달리

웃음끼 없는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이

증명사진처럼 담겨있다.


갈 곳 잃은 시선과

슬퍼 보이는 얼굴이

동정심을 유발하게 했다.


자화상 굳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다.


가끔, 우리가 웃긴 필터를

씌워서 셀카를 찍는 것처럼

다른 나를 표현한 것이다.


슬픈 광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었던  모습도

광대 같았다.


한 편으론 신기하게도,

처음 본 뷔페의 광대들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전시회에서 유화로 범벅된

광대와 눈이 마주치면

건네줄 이야기가 많아 보이는

사연에 마음이 아려왔다.


광대 분장을 하고

강아지 풍선을 만들어주던

알바생이 부스 안에서

졸고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때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다시 본다면 초코바를

하나 건네주고 싶다.


더 이상 웃음이 나지 않고

지쳐가는 스스로를 광대로

분장시켜 억지로

화려한 느낌을 주었다.


화려한 색감이 먼저

눈에 사로잡히지만,

광대를 자처하며

다시 웃음을 되찾고 싶은

뷔페의 마음이 앞장선다.


피카소의 '우는 여인'도

충격이었지만, 뷔페의

'광대'들이 더 설득력 있는

명작이었던 것 같다.


서사를 풀어주는 매체보다

설명 없이 귀 기울여야 하는

그림들이 나에겐

너무 매력적이다.


엉켜있는 실타래처럼

그들이 던져주는

질문을 풀고 싶어,


난 어김없이

전시회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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