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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미로 Mar 18. 2021

1번. 반장. 은비 까비

2021.03.07  [달빛]

처음 학교를 다니고

나에게 주어진

번호는 1번이었다.


공 씨를 앞지를 가문이

없었는지 변함없는 나의

1번은 임시 반장이라는

임무까지 주어졌다.


어린 나이에 첫 번째로

불린 이름과 반장의

수식어는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자연스럽게 욕심이 났던

반장의 역할로 선생님의

사랑을 받았던 초등학생 시절,


‘작은 키의 열정 만수르’였다.


1번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사명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했을까 싶다.



수행평가의 첫 순서가

싫어졌을 때부터 학교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사춘기가 들었는지

급식을 깨작거리면서

늦게까지 먹는데 누군가

‘은비 까비’라며

장난스레 불러주었다.


뒤를 돌아봤더니

인상이 무섭기로 소문난

3학년 담임선생님이셨다.


처음에는 별명이 이상해서

피했지만, 들을수록 재밌어서

담임쌤을 따라다니며

좋아하게 되었다.


서먹했던 선생과 제자 사이를

옛날 옛적에 은비 까비가

돈독하게 만들어주었다.


내 이름이 특별해지면서

자부심과 자존감이

하늘로 솟았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대회를 준비하고 방과 후

활동을 하느라 친구들보다

선생님과의 왕래가 잦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특하지만 조금은

외로웠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은비 까비’

‘꽁’ ‘꽁치’라는 별명들이

나를 불러주는 고마움과

기쁨으로 남아있다.


아득해져 버린

학교의 추억을 별명으로

소환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1학년,

반장이 되면서 어머니께서

던킨도너츠를 반 전체에

돌렸고, 엄청 뿌듯했다.


2학년,

컴퓨터 시간에

첫사랑이 짝꿍이 되어

볼 뽀뽀를 해주었다.


3학년,

처음으로 남자 사람에게

고백을 받았고 사귀었다.


4학년,

사회 점수가 40점 대

나와서 충격받고

교실에서 펑펑 울었다.


5학년,

칭찬스티커를 받으려고

무한 경쟁을 했다.


6학년,

첫 생리와 여드름이 나서

성장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장 날씬했던 시절,

다시 돌아가고 싶은

기억은 사물놀이이다.


미술부였던 나를

6학년 담임선생님이

꼬셔서 새로 생긴

사물놀이부로 전향시켰다.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겐 도전이었다.


음표를 몰라도

‘쿵’ ‘따’만 알면

다른 타악기와의

합주가 가능했고,


화려한 전통의상이

간지 그 자체였다.


소리가 커서 귀는 멍해도,

박자만 맞 고조되는

희열과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장구를 사고 싶었을 만큼

사물놀이를 애정 했고

대대손손 물려받기를

바라는 종목이었다.


음악 경연에 나가

맨 앞에서 장구를 쳤던

반짝이는 눈빛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1순위였던

욕심과 리더십이 조금씩

위축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은비 까비로 돌아가

먼저 불리는 1번으로

어엿한 반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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