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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Apr 16. 2023

겹벚꽃이 쏟아지는 불국사 꽃동산

4월 봄날이 기다려지는 이유

“와 예쁘다”

입구를 오르는 사람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감탄이 흐른다. 내리막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거대한 꽃나무를 발견한 사람들은 곧바로 똑같은 감탄사를 순서대로 내뱉는다. 둥글게 굽은 겹벚나무 까만 가지들은 분홍색 목화송이들을 가득 짊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무게는 더해 보인다.



4월 중순이 되자 보문호수로 몰리던 사람들은 불국사로 발길을 옮긴다. 불국사 주차장은 줄을 서서 빈자리를 찾아야 할 정도로 북적인다. 경주 시내를 들러 신경주역으로 데려다줄 버스들이 서는 정거장은 손님들로 가득이다. 그중에는 외국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에 나온 핫플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보았던 외국인 커플을, 산책 중에 다시 만났다. 아이들과 꽃 속에서 사진을 찍는 젊은 부부가 예뻐서 보니, 동남아의 어떤 말씨다. 언제부터인가 불국사는 외국인들에게 들러 갈 만한 관광코스가 되었다. 단청문양과 불상만 유명한 게 아니라 벚꽃이 가득한 불국사로 피크닉 명소가 되었다. 이곳 불국사는 봄날과 가을날에도 찾아오고 싶은 멋진 곳이 되어가고 있다.



피크닉이 가능하다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은 등에 배낭을 멨다. 젊은이들의 손에는 등나무 피크닉 바구니가 들렸고, 접이 의자와 돗자리 등으로 양손이 가득하다. 어떤 이들은 바퀴 달린 멋진 캠핑박스를 끌고 와 꽃나무 아래서 쉼을 누린다. 언덕의 왼편에 키 큰 고목이 가득한 잔디밭에는 경사가 완만해 누구든 자유롭게 소풍을 즐기고 갈 수 있다. 4월 초 흰 벚꽃이 필 때, 관광객들은 왼편 언덕을 가득 채웠었다. 이제 사람들은 오른편 언덕의 분홍 겹벚 꽃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앉는다. 잔디에 앉으면, 키 큰 벚나무의 꽃가지들이 바로 머리 위까지 목화 같은 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손을 내민다. 사람들은 꽃 속에서 향기와 함께 환대받는 손님이 된다.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온다.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던 아주머니 한 분이 지나가는 내게 사진을 부탁한다. 핸드폰을 받아 들고 꽃과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우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세로와 가로로 다섯 장 정도 찍어주니 복 받으라며 즐거운 감사 인사를 건넨다. 유쾌한 웃음소리가 꽃길에 울려 퍼진다. 탐스러운 꽃가지가 늘어진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이 얼굴을 내밀고 허리를 잡은 채 사진을 찍는다. 두 볼에 손을 올리고서, 젊은이나 나이 든 이들도 가장 예쁘고 멋진 표정을 짓는다. 쏟아질 듯 꽃봉오리 가득한 커다란 나무 아래 벤치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화면에서 잠시 비켜달라며, 아내를 사진 찍으며 꽃 배경 만드는 남편의 아쉬운 소리가 나쁘지만은 않다.


남원이나 유명 관광지에 가면 볼 수 있는 즉석 사진사들이 간단한 테이블을 만들어 호객행위를 한다. 꽃 속에 활짝 웃는 사진들과 가격표를 세워두어 예쁜 사진들을 갖고 싶게 한다. 젊은 커플들이 선뜻 사진을 부탁하는 것을 보며 여러 팀들이 줄을 섰다.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사진사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단 일주일간 피어나는 꽃 잔치다.

내일 부산으로 떠나야 하는 나는 아쉽다. 주말을 지내고 오면 이제 분홍 꽃잎들이 금세 지고 화려함은 끝날 것 같다. 설거지와 청소를 마치고 화장까지 정성 들여한 후, 조금 늦게 꽃길에 오른 것을 후회했다. 8시 반에 도착해 일찍 왔다 생각했는데, 이미 사람들은 곳곳에 자리를 잡고 북적인다. 내려오는 길에도 관광버스와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른 아침 사람들이 없을 때 부지런함을 택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내일 새벽 다시 들러볼까 보다.


6년 전, 경주에서 1년 살이를 하는 동안 남편이 회사 사람들과 방문했다가 알려주어서 처음으로 알게 된 곳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꽃송이는 더해가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야간에도 멋진 곳이다.

밝은 빛으로 동산을 다 비추지는 않지만 색깔이 바뀌는 작은 불빛 속에서도 사람들은 언덕을 오른다. 실루엣만 보이는데 말이다. 예쁨을 다 담지 못하지만 그 풍성함만은 잔뜩 보여주는 이곳으로, 해가 기운 저녁에도 사람들은 오른다. 밤중에도 어두운 가로등 아래서 셔터를 눌러대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두운 곳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펼치는 벚꽃나무들도 사랑스럽다.




4월 봄날에 이곳 불국사는 꽃들에게 손님을 양보한다. 한 번만 와 본 사람이라면, 이곳 불국사 꽃피는 언덕을 매년 그리워할 것 같다. 내년 꽃피는 4월을 다시 기다리게 된다. 일 년을 꼬박 기다려야 할 그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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