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과 책이 든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자동차에서 내렸다. 손안에 잡은 자동차 키 버튼을 누르니 백미러 접히는 소리가 들린다. 카페 입구에 서서주문을 준비하려 핸드폰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캔버스 가방 주머니마다 손을 넣어 봐도 잡히지 않았다.
‘아... 집에 두고 왔나 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돌아 나와, 자동차 문을 열고 운전석과 보조석까지 찾아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집에서 나오기 직전에 무얼 했는지 생각했다. 분명 핸드폰을 사용했을 텐데....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기억났다. 보면대 악보 사이에 녹음 영상을 재생시키고 플루트를 연습했다. 무엇이든 급하게 마무리하면 실수가 생긴다.
집으로 그냥 철수할까 여러 차례 고민하다가, 작업하려 한 일들을 마무리하자고 다시 마음먹는다.
집 앞 지상층에 잠시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빈집에 들어가 마지막 자리를 찾아보니 펼쳐진 책장 사이에 빛이 보인다. 핸드폰 화면이 켜진 채 종이에 가려 있다. 너무나 낯선 내 모습과 상황에 발걸음을 멈추고 큰 숨을 들이마셨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나의 모습은 가끔씩 발견하게 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은 하지만, 두뇌와 가슴은 상처받고 있다. 나이 들어가는 정신력을 숨기고 싶다.
오전에...
다음 주 만나자고 약속한 젊은 친구 전화번호 이름 옆에 남편과 자녀들 이름을 추가해 수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아기들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지난번 메모해 두었던 다이어리를 찾아 이름을 넣었다. 최근 통화한 이들의 전화번호도 그렇게 수정했다. 이젠 내 기억력을 믿을 수가 없다. 어떻게든 여러 방법으로 연습하고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엔...
아침 계획표를 다시 사용한다. 하루 동안 일상을 순서대로 메모해 체크하고, 중요한 일들은 빠뜨리지 않게 빈 곳에 따로 적는다. 메모만큼 완벽한 도움이 또 있을까.
오늘은 다이소에 들러 선물 포장재와 메모지를 사야 한다.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텃밭에 들러 고구마 줄기를 따올 계획이다. 동선을 따라 시간 낭비되지 않도록 체크해 두었다. 밤 9시에는 특강이 있어 빨간 글씨로 써 두었다. 달력과 스케줄표에 표시하지 않으면 하얗게 잊어버린다. 아마 그렇게 지나가 버린 일들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내 상황에 대한 대처를 연습하고 실수를 예방하자.
기억력을 인해 예방하고 노력할 방법들을 찾아본다. 노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사회 속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을 생각한다. 100세 넘어서도 여전히 책을 쓰고 강연하는 김형석 교수, 현역에서 연기하는 80대 후반의 이순재 연기자, 그리고 최근까지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70대 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매일 한 시간 이상 산책로를 걷는다. 돋보기를 쓰고 독서하고, 성경 구절을 암송한다. 건강을 위해 소식을 애쓰며, 사오십 대 중년들과 교류하면서 배움을 주고받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노년을 배움과 봉사 그리고 신앙으로 자신을 돌본다. 씩씩한 노년의 모습은 자녀인 우리 자매들에게도전을 준다. 노년도 충분히 예쁘고 멋지다.
멋진 어른들을 따라, 기억력을 위해 노력하면서 힘쓸 사항들을 세어본다.
첫째, 정기적인 운동을 한다. 신체 활동은 뇌 기능을 향상하고 기억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녁 식사 후, 남편과 함께 한 시간 반이 걸리는 집 주변 산책로를 걷고 있다. 노화되는 신체 변화를 느끼는 남편을 위해서도 함께 애쓰는 부분이다. 더 넓은 곳으로 시선을 두고 걸으며 하루를 이야기한다. 시작은 어렵지만, 규칙적으로 훈련하면 긴 시간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다. 신체와 뇌를 지원하기 위해 영양 가득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신경계를 지원하는 식품인 녹색 채소, 과일, 견과류, 어류 등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텃밭을 시작하면서 아침 식단은 견과류를 올린 샐러드와 올리브유를 첨가한 토마토 주스를 마신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애쓰면서 영양제도 챙겨 먹으려 한다.
셋째,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수면은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데 중요하다. 하루에 6시간 이상 양질의 수면을 취하도록 노력한다. 밤 11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잠들기 전, 핸드폰과 영상에 대한 부분도 조절하고 있다.
넷째,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지나치게 높은 스트레스는 기억력과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휴식, 명상, 요가 등의 방법도 좋다.
업무와 과제에 대한 압박으로 이명과 대상포진을 앓은 적이 있다. 물론 초기에 발견해 건강을 회복했지만 지금도 항상 스트레스 정도를 조절하며 일을 진행하는 중이다. 아침마다 독서와 기도로 명상 시간을 갖는 일은 마음 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섯째, 사회적 활동에 참여한다. 사회적인 상호 작용은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교류하고 활동에 참여하며 사회적 연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신체뿐 아니라, 두뇌의 많은 부분을 사용해야 한다. 자신을 계발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사람들 속에서 교류하기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을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 작은 재능으로도 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온라인으로도 취미가 같은 모임에 참여하기 쉬운 요즘이다.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그림 등 두뇌와 손을 이용할 수 있는 모임을 권하고 싶다.
이러한 예방과 여러 노력을 통해 기억력을 관리하고 향상할 수 있다. 자신을 관리하면서 멋지게 만들어 가자고, 다시 결심하고 응원한다.
오늘은 핸드폰을 통해 당황했지만, 이러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인식한다. 내일은 순서를 기억하고 하루를 계획대로 잘살아 보자고 스스로 다독인다. 지금도 매일 건강하고 멋있게 잘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