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물
“어흑, 아파. 엉, 어엉—”
아이의 도시락을 싸다 말고,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었다. 가운뎃손가락 끝에서 검붉은 피가 스멀스멀 금세 차오르더니, 이내 똑똑 떨어졌다. 급히 키친타월로 손가락을 감싸 쥐고 꾹 눌렀다. 날카롭게 깨진 올리브오일 병에 손톱과 살점 일부가 베어 나갔다.
소리 내어 울게 되자 소나기 같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이렇게 시원하게 울어본 지 얼마 만인가. 적당히 짠 액체가 입술에 닿았다. 이상하게도 속이 시원하다. 반년 동안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타국에서의 불편함과 외로움, 서글픔이 풍선 터지듯 한꺼번에 터뜨려졌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이 간지러우면서도 마음은 묘하게 후련하네.
얼마 전 짧은 영상으로 스쳐 보았던 드라마 장면이 떠올랐다. 경단녀 여주인공이 기대하던 취업에 실패한 날, 집안 청소를 하다가 냉동실에 꽁꽁 언 고깃덩어리에 발등을 찍혀 주저앉아 울던 그 장면. 쭈그려 앉아 흘리던 그녀의 눈물이 다시금 이해되었다.
아이처럼 우는소리에, 잠에서 깨어 놀라 달려 나온 딸아이. 잠옷 차림에 흐트러진 긴 머리. 검은 두 눈동자가 흔들린다.
“엄마, 괜찮아요? 빨리 소독하게요. 제 도시락 안 싸도 돼요.”
출근 준비를 하라며 만류했지만, 딸은 일회용 머큐롬과 밴드를 꺼내 내 손가락을 조심히 달래주었다. 어릴 적 내가 해주던 모습과 닮아 있다. 어느새 나보다 키도, 손도 커진 아이의 돌봄이 어색하면서도 고맙기만 하다. 그저 울음을 들어주고 달래준 순간이 생각보다 큰 위로였나 보다.
붙잡은 티슈로 눈물을 닦아내고, 한 손으로 도시락을 마무리했다. 접혔던 빈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쪼그라졌던 가슴에 용기가 다시 차올랐다. 엄마이니까. 어른이니까. 그리고, 나 자신이니까. 세수를 하면서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충혈된 눈동자와 부어오른 눈두덩이.
‘나도 아직 울 줄 아는 사람이구나.’
감정이 메말라 더는 눈물 흘릴 일 없을 줄 알았다. 꾹 참기만 할 필요는 없었는데. 아프고 서러울 때는 가끔 물길을 터 슬픔을 흘려보내도 되었는데 말이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엎드려서라도 무거운 눈물과 슬픔을 모두 쏟아내리라.
울음은 약하다는 꼬리표가 아니라 버텨온 시간들의 증거다. 참아온 만큼, 흘려보내기도 하면서 오늘 하루를 또다시 건너려 한다.
<눈물의 중력 >/ 신철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 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