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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괜찮고!!

마음 청소

by Jina가다

그녀의 이야기는 결국 오늘도 돈 자랑이었다.

집을 팔고 아이의 학업을 따라 다른 도시로 이사 간 그녀가 걱정되는 마음에 흔쾌히 약속을 잡았었다. 다시 만난 그녀는 밝은 얼굴에 손가락 가득 화려한 반지와 목걸이 그리고 경쾌한 소리의 귀걸이를 하고 있어서 마음이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그녀는 유방암을 치료받느라 1년을 보내고 머리카락이 제법 많이 길어 예뻐진 모습이었다. 언제나 목소리 톤이 높고 명랑한 그녀는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암 치료과정 중에도 종종 얼굴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회 비빔밥과 매운탕을 잘하는 횟집에서 조우했다. 1년 만에 방문한 식당은 분홍빛 파스텔 페인트로 예쁘게 담장을 칠해 놓았다. 앞마당에는 탐스런 분홍 수국들이 6월인 여름을 상기시켜 주었다. 식사 후, 폰을 열어 화면을 수국으로 가득 채운 사진을 여러 장 찍어보았다.


따뜻한 카푸치노 세 잔에 맛있는 케이크들을 주문한 그녀는 재빨리 지갑을 먼저 열어 계산했다. 상가와 아파트 그리고 큰 공장을 소유한 그녀는 사업 수완이 좋다. 타고난 장사꾼의 감각 덕분에 몇 차례 건물을 사고파는 동안 재미를 제법 본 듯하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그녀의 주된 대화 내용도 사업에 관한 이야기다. 시기를 잘 맞춰 관광지 중심의 4층 빌딩을 팔아서 한적한 소도시로 떠난 그녀는 산과 논밭이 가까운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그리고 요즈음 산과 들을 다니며 임업 후계자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백화점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그녀가 산을 가까이하면서 자신의 많은 것이 변했다고 말한다. 새로 산 18k 목걸이와 반지를 자랑하는 대신에 핸드폰을 꺼내서 물안개가 가득 낀 산을 자랑한다. 내 눈에는 그냥 논과 밭 그리고 뒷산일 뿐인데 감탄이 나오는 자연이라며 여러 장의 사진을 옆으로 넘기면서 보여준다. 도대체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코로나로 인한 사업 흐름의 변화를 읽어낸 그녀는 조경업에 관심을 갖게 되어 산을 구입하려 하고 있었다. 산을 소유하게 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사업의 종류를 정한다는 것이다. 건강빵을 구워 카페를 운영했던 그녀는 정원수를 재배하고 판매하는 조경 사업에 흥미를 갖고 있었다. 지인과 책자를 통해 조경 사업에 대해 약간의 정보를 갖고 있던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가끔씩 장단을 맞추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조경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는 다른 그녀는 그저 흥미 없이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두 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그녀는 좀처럼 화제를 바꾸지 않았다.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며 셋의 공통된 주제를 찾아 웃으며 수다는 이어졌지만 머리가 지끈거렸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조퇴했다는 아들의 전화를 핑계 삼아 모임의 마무리 시간을 정했다.

운전하며 집으로 가는 길은 허탈한 마음으로 지쳐있었다. 대화의 기회가 분배되어 좀 더 유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으면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산을 구입하려는 그녀가 부럽다고 말했던 다른 그녀의 말이 자꾸만 남는다. 아닌 듯 하지만 내 마음도 그녀의 여유 있는 사업계획이 부러웠나 보다.



"됐고~!! 괜찮고~!!"


내가 가진 좋은 것들과 즐거운 나날들을 감사하며 마음을 정리한다.


어깨에 잠시 내려앉은 비듬을 털어내듯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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