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삶의 마지막 순간

by 누리

며칠 전 친할머니 상을 치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작년 외할머니상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보는 가족상.

이별은 한 번 경험해봤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힘들 걸 아니까 조금 더 두려웠던 것 같다.


작년에는 장례 둘째날 입관할 때가 그렇게 충격적이고 슬펐는데,

이번에는 셋째날 발인할 때에도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눈물이 많이 흘렀다.



사람이 한 줌의 재로 변하는 과정은 두어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뜨거운 불로 태우고, 냉각으로 열을 식히고, 미처 부서지지 않은 굵은 뼈는 한 번 더 기계 속에 들어가 잘게 분쇄된다. 유족에게 이 과정을 어디까지 공개하는지는 화장장마다 다르기에, 올해는 작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다 보여준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안 보여주는 것만이 좋은 것도 아닌 듯하다. 더 많은 것들을 보게되어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화장이라는 절차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알 수 있어서 그 나름대로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저런 과정을 거쳐 생을 마감하겠구나. 미리 슬퍼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장례를 치를 때마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입관식에서 봤던 할머니의 마지막 얼굴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해야지. 가끔 생각이 나면 예전에 같이 찍었던 사진들도 종종 꺼내보면서, 너무 슬퍼하지는 말고 즐거웠던 순간들만 다시 상기시켜야겠다. 할머니는 지금쯤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와 다소 어색하지만 두분만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계실테니, 나도 이 곳에서 더 많이 웃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고보니 할아버지도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을텐데 할머니가 다시 곁에 오셔서 누구보다 반가워하실 것 같다. 그건 참 다행이다.


남은 가족들이 하루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 모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슬픈 마음이 사그라들 때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언젠가는 편안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래서 네 의견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