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정의 끝은 언제일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 그날부로 내 일상은 온통 그 사람으로 가득 차버린다.
"짝사랑"
: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작하게 되는, 고독하면서도 요란한 '좋아함'의 과정.
짝사랑은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30대 직장인에게도, 노년기에 접어든 50~60대에게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 바로 짝사랑의 묘미(?)다.
학창시절 10년 넘게 이어왔던 짝사랑을 말끔히 정리한 나는 20대 후반부에 접어든 지금, 두번째 짝사랑 진행중이다. 학생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더욱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는 것. 어른답지 않게 무심코 내 마음 가는대로 표현했다가는 한 순간에 모든 게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장소가 직장이라면 나와 상대를 둘러싼 주변을 항시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짝사랑의 희망고문은 '저 사람도 나에게 호감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물음표에서 시작된다. 누가봐도 나에게 단 1%의 호감 없이 행동했다면 애초에 그 사람은 내 짝사랑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터. 그동안의 그의 언행으로 미루어보아 그 또한 나에게 최소한의 호감은 있으리라 추측된다면, 그때부터 짝사랑이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사랑이라기보다는 '좋아함'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겠다.)
'과연 그도 나를 좋아할까?', '우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화끈하게 고백하지 않는 이상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그가 친히 알려주지도 않으며,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알아낼 수도 없는 미지의 영역이니라.. 그걸 잘 알면서도 차마 멈출 수 없는 것이 짝사랑 아닐까. 다른 건 다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겠지만 좋아함의 감정은 out of control이다. 나는 그저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신이 정해주시겠지.. 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른이 되어서 느끼는 호감과 사랑의 감정은 다루기가 참으로 어렵다. 좋아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하면서도 급발진 하지 않기 위해 매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서 또 나의 멘탈도 잘 케어해주어야 하기에, 더 이상 상대의 기분에, 상대의 말 한 마디에 금방 울고 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즉, 내가 과도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만 짝사랑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꽤나 고차원적이고 숭고한 감정인 만큼,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신경써야 할 것도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지는 것 같다.
두번째 짝사랑의 끝은 언제일까, 그리고 어디일까?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곳에 도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소중히 여기자.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