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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생애

<사랑의 생애>, 이승우

by 누리



소설 같지만 소설 같지 않은,

사랑인 것 같지만 사랑이 아닐 수도 있는 (또는 사랑이 아닌 것 같지만 사랑일 수도 있는) 사랑에 관한 고찰.


낭만적이기만 한 사랑이 아닌, 때로는 파괴적이기도 한 사랑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


같은 말인 것 같지만 조금씩 변형하고 뒤집어가며 여러 번 반복하듯이 풀어내는 작가의 문체를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매료되어 순식간에 마지막 장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서술기법 때문에 다소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 싶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식의 글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여러 번 설명해주는 덕에 지루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이해가 잘 되기도 했다. 단순히 남의 이야기 구경하듯 읽는 게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은 대주제("사랑")에 대해 계속해서 스스로 고찰하게끔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형배와 영석의 사랑의 방식을 과연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기준에서 혹은 사회적 통념상으로 '저게 어떻게 사랑이야' 라는 생각이 든다 한들, 내가 나서서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영석은 집착한다. 영석에게 선희는 생명줄 그 자체이다. 그녀가 없는 영석은 늘 불안함에 시달리고, 그래서 선희는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영석'의 선희가 되어야만 한다.

선희는 이 관계가 편안함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약점을 점점 이해하며 그에게 자기 자신을 맞추어 나간다. 약한 모습의 영석을 보듬어준다. 그의 집착이 거세지더라도 선희는 결국 그의 곁을 지킨다.


선희와 영석의 관계를 보며 나는 그것이 사랑이 아닌 '연민'과 '집착'으로부터 촉발된, 어떠한 건강하지 않은 관계라고 생각했으나, 선희 스스로 이를 사랑이라 여긴다면 이것 또한 사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가 선희의 지인이나 가족이라면 당장 그녀를 말리겠지만, 그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이름 모를 여성의 이야기라면 그녀(당사자)의 판단에 맡기게 되지 않을까. (물론 나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사랑이 아닌 것 같다고 외치더라도)



무엇이 사랑인지, 사랑의 범주에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정의내릴 수 없기에.. 각자의 판단과 감정에 맡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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