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해

내가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by 주주맘

간혹 떠오르는 일을 기록한다.

한 가지 행동에 그간의 이미지가 어그러질 때가 있다.

말 한 마디, 표정 하나에 관계가 꼬인다.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을 회복하기에는 그보다 수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관계가 어렵다 하는 것일까.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무엇을 잘 나눠주는 것을 좋아한 나는 아무런 대가 없이 많으면 주변과 나눈다.

대봉을 드렸으니 이 맘때였던 듯하다.


옆집에 조금씩 이것저것 나눴었다. 옆집도 고마워는 하지만, 성품이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듯하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옆집 여자가 든 종이 가방을 나는 지긋이 보고 있었다.

종이 가방의 디자인이 심플하니 예뻐보였다. 한참 카달로그 표지를 만들고 있을 때라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잠시 정지 버튼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내릴 때 쯤, 옆집 여자가 그 종이 가방에 있던 건빵 몇 개를 부스럭거리며 주고 내린다.

엇. 이건 아닌데.

무엇을 주고 대가를 바랐던 건 아닌데, 난 정말 순수하게 종이 가방의 디자인을 봤을 뿐인데,

여자는 종이 가방 속의 물건을 보고 있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더 억울한 것은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버린 것이었다. 행동 느린 것이 이렇게도 억울할 때였다.


그래놓고 나중 만날 때는 "어머, 건빵 정말 맛있더라고요."


이런 젠장.

'아니 그게 아니라' 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말하기에는 또 구차한 것 같다.

그렇게 내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을지 모른다. 몇 번을 돌리고 싶은 순간, 다른 더 좋은 행동을 하면 되지, 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 보지만, 이런 순간이 어쩌다 한 번씩 생긴다.

마치 손거스러미처럼 지극히 사소한 살 껍데기 대차게 뽑아버리고 싶은, 그러나 잘못 뽑으면 손앓이하게 될 도화선 같은 사건이.

이불킥 몇 번이면 위로라도 될까. 임금님 귀 당나귀 귀를 외치다 또 아무렇지 않게 일상 생활하러 간다.

머릿속으로 여러 마디가 있지만, 데면데면하게 인사 정도 하는 옆집 여자와 언제 마음 좀 터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 날이 오겠지.



작가의 이전글[육아] 별것 아닌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