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그 엄마에 그 딸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닮았지?

by 주주맘

유전자의 기억이라고 해야 할까?

남편은 내 딸에게 나와 닮은 구석을 보면 그렇게 웃는다.


먼저는 발가락.

내 발가락은 못 생겼다. 초등학생 때, 어떤 오빠가 내 발가락을 보고 못 생겼다고 막 웃었던 게 아직도 기억 난다. 그래서 나는 여름에 샌들을 잘 신지 않는다. 더워 죽어도 양말을 벗지 않는다. 다들 패티 아트도 하는데, 나에겐 사치 품목에 들어간다. 무튼, 내 딸램과 나는 발가락으로 부모 자식 간을 찾으라고 해도 찾을 것이다.


두 번째는 뽀뽀.

내 남편은 딸램이 뽀뽀하면 그렇게 웃긴가보다. 딸바보들의 특징인가. 그렇다고 선뜻 뺨을 내어주지 않는다. 딸이 뽀뽀를 참 좋아하는데, 아빠가 튕기는 편이다. 그러면 내 딸은 아빠의 귀를 잡아 끌고 기어코 뽀뽀를 한다. 그러면 이 아빠는 입이 귀에 걸린다. "딱, 너야."

지고 싶지 않은 승부욕이랄까. 나와 내 남편 사이 시그널이 있다. 상대의 발등 위에 발을 올리면 뽀뽀해달라는 사인. 나는 밟히는 게 싫었다. 그래서 애써 발을 먼저 밟는다. 그도 튕기면 억지로 끌어서 뽀뽀를 시킨다. 내가 먼저 한 게 아니다. 알아서 져주라는 시그널. 남편은 그 장면을 대를 걸러 보는 게 그렇게 웃긴가 보다.


세 번째는 머리카락.

신경쓰이는 게 있으면 치워야 한다. 어릴 때, 나는 컴플렉스가 있었다. 내 눈썹은 숱이 많고 두껍다. 커가면서 눈썹이 일자 눈썹이 되는 것이다. 그게 참 보기 싫었다. 나도 예뻐지고 싶어서 눈썹을 다듬고 싶었다. 그게 초3때의 일이다. 더운 여름의 어느 날, 사건은 벌어졌다. 별 생각은 없었다. 눈썹칼이 아닌 면도기를 들었을 뿐이다. 살살 다듬으면 되겠지 싶어서 쓰윽 밀었다. 거울을 보니 눈썹이 없어졌다. 수업 시간에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지적을 받았다. 부끄러우니 손수건으로 머리띠 삼아 두르고 다녔다. 호기심 많은 개구진 남자아이들이 내 머리띠 혹은 모자를 벗기려 애를 썼다. 결국에는 '에이씨'하면서 벗겨주고 말았다. 아이들이 박장대소한다. "뭐, 그래서 뭐!"


더운 여름의 어느 날, 우리 딸 아이는 가위를 들었다. 잔머리가 많아서 점점 이마를 덮어오는 게 싫어 앞머리를 잘라주지 않았다. 아이는 앞머리가 갖고 싶었나 보다. 할머니 방에서 싹뚝싹둑 앞머리의 일부를 잘랐다. 그리고 뒷머리도 함께 잘랐다. 쓰레기통이 검은 털로 쌓였다.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았는데 한 달 지나니 앞머린지 잔머린지 어정쩡한 머리가 참 신경쓰인다.


아이의 행동에서 수십 년 전의 내가 보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유전자가 기억하는 건지, 어쩌면 어떤 묘한 써클이 있는 것인지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명체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난다. 사랑스러움이 출처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그 존재가 내게 사무친다. 내 몸에서 태어났지만, 보이지 않은 연결점이 더욱 깊이 파고 들어오는 것 같다. 이게 가족인가. 우리 엄마도 내가 그랬을까. 엄마의 육아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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