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글 한 편 못 쓰고 41살을 마침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1년이라는 시간이 참 아무것도 아니구나 생각이 들곤 한다. 까마득하게 보였던 시간들이 성과없이 흘러버렸기 때문이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은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고, 매일같이 쌓여있는 집안일들만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아이를 친구 집에 맡기고 귀하게 얻은 혼자 있는 시간에, 나는 여느때처럼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거실 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갖가지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크리스마스에 산 예쁜 꽃들이 꽃병에 꽂혀져 있다는 것 뿐이다. 청소를 멈추고 식탁에 앉아 꽃을 보다, 꽃들도 언젠가는 시들텐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받은 다이어리는 구성이 실용적이라며 좋아했는데 막상 뭔가를 적어넣으려니, 그만큼 새로운 한 해에 해야 할 일들이 분명해지는 것 같아서, 펜을 내려놓았다. 나이를 먹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여전히 시간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과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버거운 것 같다. 마흔 둘이라는 나이도 아이를 한 살 더 키워낸 나이나 경력을 1년 더 늘린 나이나 결혼 생활의 1년을 더 채워넣은 나이나 내집마련을 위한 자금을 몇 푼 더 모은 정도의 나이로 남게 된다면, 그래서 1년 후 오늘같은 날에 내가 보낸 시간들을 아쉬워하고 후회하게 된다면, 이런 시간들이 해마다 반복된다면, 그 끔찍함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용기를 내어,
써야 한다.
조금은 수줍은 목표이지만.
그런데 왜 나는 수줍은 걸까. 이 나이에.
이해할 수 없네.
라고, 2021.12.26.에 썼나 보다.
서랍에 저장되어 있던 글을 2025.12.28.에 다시 읽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글.
당혹스럽게도, 글 한 편 쓰지 못하고 2025년을 보냈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야 한다고 다짐하고 들어온 브런치에,
서랍 속 첫 글에 이와 같이 쓰여 있었다.
써야지. 써야겠다.
글 하나는 완성하고 26년을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