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처럼 부드럽게
자유형, 배영, 평영 그리고 가장 어려운 접영까지 진도를 나가는 스위머들은 ‘돌핀킥’을 배워보았을 것이다.
돌핀킥: 양발을 가지런히 모아서 위아래로 물을 차며 나아가는 동작이다. 말 그대로 Dolphin 같이 차는 것이다. 코어와 허리의 반동을 이용해서 차게 되며, 상체는 유선형 자세의 기본을 유지한다. 평영을 제외한 자유형, 배영, 접영은 스타트 및 턴 직후 15m까지 돌핀킥으로 잠영이 가능하다.
수영을 할 때에 돌핀킥을 안 차는 것은 상당히 손해다! 돌핀킥으로 시작하여 부드럽게 자유형 영법으로 이어간다면 수영의 퀄리티가 확 올라간다. 누워서 하는 배영도 마찬가지다. 백돌핀(누워서 차는 돌핀킥)을 멋지게 차고 제대로 브레이크아웃(돌핀킥 구간과 스트록 시작의 연결 구간, 수면 위로 올라오는 구간)을 한다면 수영 고수 인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접영 단계까지 영법을 완성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서 전 영법을 배운 스위머들은 꼭! 돌핀까지 마스터해서 수영할 때 멋지게 써먹길 바란다.
수영 경기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돌핀킥을 잘하다는 것은 선수에게 엄청난 강점이다. 반대로 돌핀이 약점이라면 어떻게든 돌핀 구간에서 다른 선수들로부터 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 만난 어린 초등 선수는 신체조건이 굉장히 좋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체를 연결하여 부드럽게 몸을 사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역시 돌핀킥이 문제였고, 선수 본인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최대 15m는 돌핀킥으로 시작하는 배영 경기에서 본인이 다른 선수들보다 한참 뒤에서 시작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리했다.
그렇다면 이 스위머가 돌핀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원인과 개선사항들이 있지만, 대표적이고 우선되어야 하는 포인트 3가지만 이야기해 보겠다.
1. 기본자세
"유선형 자세(Strealine position)"의 중요성은 매번 강조해도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저 '음.. 그렇군 이 자세가 기본이군.' 하고 머리로만 이해하고 넘어갈만한 그런 자세가 아니다. 전 영법을 배울 때에도 마찬가지고, 돌핀킥을 배울 때 역시 해당 유선형 자세를 잘 잡지 못하고 배우는 사람은 결국 이 기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기본자세를 바로 제대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초보자일지라도 진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돌핀킥이 약점이었던 해당 초등 선수는 등이 조금 굽어 있는데, 사실 이는 현대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하다. 등도 펴지고 평상시에 자세가 좋아지면 더 좋겠지만, 최소한 수영할 때에 기본자세를 스스로 잡고 유지하는 역량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앞선 [튼튼한 기초: 수영의 기본, 유선형] 편에서 언급하였는데, 팔을 위로 쭉 올려서 양손을 가지런히 하고 발뒤꿈치, 영덩이, 등, 어깨, 손목이 모두 벽에 잘 붙을 수 있도록 서서 연습하면 좋다. 허리가 너무 꺾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자세가 벽에서 편안하게 이루어진다면 수영장에서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도 연습이 가능하다!
생활체육인이던 선수던 수영이 잘 안 될 때에는 꼭 한 번씩 유선형 자세를 점검해 보면 좋을 것이다. 현역 선수 때에 나만의 습관은 워밍업을 할 때 수면에서 유선형 자세를 유지하다가 천천히 팔다리를 저으며 몸을 풀곤 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꽤나 도움이 되는 습관이었다.
2. 코어의 활용
돌핀킥은 다리로만 차는 것이 아니다. 코어와 허리가 잘 잡혀있어야 하며, 돌핀킥을 찰 때에는 복근이 잘 사용되어야 한다. 단단한 중심부는 상체를 안정감 있게 만들어서 저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다리가 더 힘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힘의 출발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돌핀킥을 연습할 때에 허벅지 앞만 아파왔다면 다리로만 발차기를 차고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 또한 앞선 1번의 유선형 자세를 잘 잡지 못하는 사람은 엉덩이가 빠져있을 확률이 높아서 코어와 하체의 연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본자세를 잘 잡았다면 코어를 신경 쓰면서 엉덩이와 골반을 이용하여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보자. 부드럽고 우아하게 웨이브를 주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말도록 하자. 급하게 차려는 마음보다는 여유롭게, 웨이브를 천천히 크게 만들어보자.
돌고래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3. 발목의 힘
수영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함이 함께하는 운동이다. 모순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몸에 필요 없는 힘들은 최대한 빼고, 정말 써야 하는 부분들만 필요할 때에 써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부드러움과 단단함 중에 우선순위를 골라야 한다면 "부드러움"에 포인트를 두겠다. 몸의 관절에 힘을 빼고 유연하게 수영을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목이 연체동물이 된 것처럼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여보면, 발등과 발바닥의 감각이 살아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코어와 허벅지의 단단함을 느끼게 된다. 사용되어야 할 근육들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도록 관절에는 힘을 빼도록 하자. 내일 당장 수영장에서 발목을 더 부드럽게 써보자. 쓸데없는 힘을 주는 것은 오히려 감각을 느끼고 제대로 된 근육을 쓰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발목을 나풀나풀, 연체동물이 된 것처럼!
위의 3가지는 수영을 처음 배우는 기초단계부터 잘 잡고 가면 너무 좋은 것들이다. 실제로 다양한 레벨의 스위머들을 만나본 경험상 유선형, 코어, 관절에 힘 빼는 법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 스위머들은 다음 단계로의 수업 진행이 아주 원활하다. 일단 진도를 빼기 위해 영법만 다 배웠더라도, 더 수준 높은 스위머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다시 기초부터 수정하게 된다. 소년체전 메달을 꿈꾸는 어린 선수도 결국 더 잘하는 스위머가 되기 위해서 기초를 점검받게 된다. 대부분의 문제점은 사실 너무 당연한 기본기로부터 나오게 된다. 지속적으로 옆에서 자세를 봐주고 교정해 주는 코치나 선생님의 역할도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인지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점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