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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뮬 Nov 12. 2023

<내가 삶은 달걀, 나의 '삶'은 달걀>

말장난 1 

냉장고에서 달걀 한 알을 꺼냈다.

나를 위한 달걀 한 알.

아침으로 딱 좋은 달걀 한 알. 

달걀은 뜨끈한 물속에서 보글보글.

한참을 따뜻한 듯, 아늑한 듯 몸에 힘을 풀다.

온몸이 따뜻함으로 가득 차올라 딱딱해질 때까지.

날씨가 추워지니 물에서 나오기 싫나 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누굴 닮은 듯하다. 

꼭 나 같다.

날씨를 핑계로 포근하다 못해 푸근한 이불과 하나인 나.


난 오늘 나를 위한 달걀 한 알을 삶았다. 

아침이라 그런 건가. 

잠이 덜 깨서 그런 건가.

내가 달걀을 삶고 있는 건가.

나의 달걀이 삶아지고 있는 건가.

나의 삶이 달걀처럼 삶아지고 있는 건가.

지금 내 앞에 삶은 달걀인가.

나의 '삶'은 달걀인가.

그래도 좋다. 

달걀, 너 덕분에 오늘 내 하루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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