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은 그의 모든 시에서 세상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욕망을 토해낸다. 난 그의 모든 시를 읽는 내내 내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꼈다. 김수영에게 '시' 또는 '시인'이라는 존재는 단지 직업이나 일상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의 일생에 걸쳐서 시는 싸움의 도구이고, 싸움의 현장이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김수영은 참여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민주주의와 자유, 역사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관한 시를 썼다. 시인임에도, 혁명을 그토록 원했음에도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없었던 김수영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그런 그의 혼돈 속의 감정이 고스란히 시에 녹아있다. 그의 수많은 시들 중에서도 난 <눈>이라는 시가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다.
'눈'은 언제나 순결하다.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으며 순백색을 유지한다. 열정과 욕망을 가진 젊은 시인은 계속 기침을 하자고 한다. 우리 모두가 잘못된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소시민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고, 함께 깨어있어야 한다고 간절히 외친다. 기침을 하는 젊은 시인의 마음은 혼탁하다. 소시민적 일상 속의 나태와 허위,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 대한 절망, 자기성찰 등에 의해 밤새도록 고인 가래가 온몸에 일렁인다. 그런 젊은 시인이 기침을 한다는 것, 마음껏 토해낸다는 것은 자신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싶다는 발악처럼 느껴진다.
그는 세상에게 자신의 불만을 토해낸다. 특히, 4월 혁명을 거치며 그는 더욱 직설적인 비판과 거침없는 욕을 하며 사회 전반을 비판하였다. 그에게 시인이라는 사명은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이자, 자신이 깨어있음을 증명하는 도구이자, 선천적인 혁명가였다.
김수영이 그의 시를 통해 우리를 일깨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은 그때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발전했으니 그의 시들은 무의미한 것들인가? 그는 시를 통해 불안정한 사회를 변화시켜 보려고 하였고,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민족성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지금까지도 우리를 꾸준히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