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가지 않았다면 꼴등을 면했을까?
추억은 그립다고 하지요. 아픈 추억도 그립나요.
아픈 추억을 꼭꼬 쌓매어 봉인 시켜 놓았다. 다시 계염령 해제 하듯이 숨을 쉬는 자유를 줘야 겠다.
의사 중에 자신이 암 수술을 여러번 받고 깨달은 점이 있다고 했다. 암을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단다.
이 놈을 밉다고 제대로 먹이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천덕꾸러기 되하 듯 하면 이 놈은 최악으로 내 달린다. 그건 몸을 더 망치게 하는 것이다. 암 덩어리를 여기저기 폭탄을 터뜨리듯 펑 펑 터주며 다 닐 것이다 . 나는 2번의 걸쳐 수술을 했고 함암치료도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마쳤다. 담당 주치의도 이렇게 말했다. " 000씨 당신의 의지는 대단하다. 12번을 한번도 쉬지 않고 무사히 끝냈다." 여태까지 그렇게 많은 환자들에게 암 수술을 집도했고 환자 상당수를 함암치료 처방을 내리고 환자들을 지켜 보았다. 화학치료(항암)는 약이 독해서 환자들이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거나 받는 도중에도 견디지 못하고 몇 회씩 쉬기도 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가 치료를 받고 싶지만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면 몸에 면역력이 감소되어 약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서 치료의 회수를 줄이고 방사선을 대신 하기도 한단다. 난 아니다. 난 무조건 이겨내야 했다. 난 강한 사람이 못 된다. 남들은 한 번 쯤 받았다는 개근 상 하나 없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1년 개근 한번 못할 정도로 약골이었다. 그러나 나의 상황은 우아하게 개근상 타령을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난 엄마이기 때문이다. 난 우리새끼들을 먹이고 입혀야 하는 한국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며 며느리고 딸이다. 난 이를 악물고 암적인 존재인 항암치료를 무사히 끝냈다.
앞으로 벌어질 우리 앞의 버라이어티, 신세계에 항암은 명함도 못 내민다. 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공중을 붕붕 날으는 것 같은 자아 도취가 아니라 약에 취해서 머리가 빙글 빙글 돈다. 환자들끼리 통하는 말로 빨강약병에 있는 주사를 투입하는 순간은 핵 폭탄이 지나간다. 손가락이라도 살짝 움직이는 순간 바늘 끝은 바로 적군을 생포가 아니라 바로 시커멓게 태워 죽여버린다. 몸은 숮검둥이처럼 검게 타들어간다.
이 독한 함암주사 보다 더 독한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그스 테라피 학자 빅터 프랭크의 수용소에서 처럼, 정신을 차려야 한다. 병든 병아리 모양 지체있거나 초라한 모습을 보이면 까스실로 직행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직도 문제가 남아 있었다. 작은 파도가 지나가면 역시 큰 파도가 밀려온다. 큰 대역을 할 큰 아이의 정체를 잘 알지 못했다.
야가 깡패냐 건달이냐처럼, 이 아이도 자기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자기가 노는 친구들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안에서는 조금 더 순진해서 인가 보다. 빠져 나오려고 몸 부림을 치면 더 깊이 깊이 빠져 들어 갈 수 있다. 일 단 주변에 시선을 돌리거나 시선을 주의깊게 관찰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때론 안 될 때는 포기하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하므로 필요하다. 아이도 부모와 나쁜 친구들 사이에서 전이를 통해 양가감정이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잠시 모든 상황을 다른사람에게 회피시키며 본인은 철저하게 완전무장을 했을 것이다.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제는 속지 않는 부모에게 시한폭탄을 던져야 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하는 복수는 하나 같이 유치하다. 때론 살벌하기도 하다.
아이들도 친구끼리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역적모의를 한단다. 큰 아이가 전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엿들으며 알게 되었다. " 야 우리 엄마는 내가 그렇게 행동을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 이제는 어떻게 하지 " 엄마에게 육두문자도 날리며 돈이 없어도 돈 내놔, 부모니가 돈을 내놔. 학원 안 다닐테니까 그 돈 내 놔." 누구 좋으라고 공부를 해 죽어도 공부는 안 해. 이렇게 악담을 퍼부었다. 난 말 할 기운도 없어서 그래 고마워 학원비라도 벌자. 큰 아이는 지 방으로 들어가며 문은 쾅 . . . .남편과 나의 암진단 선고를 받았을 때도 이렇게는 떨리지 않았는데 큰 녀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엄마에게 할말 못 할 말 입이 라고 험한 욕설까지 하고 지 방으로 간 후 난 오금이 저린다. 는 말을 실감했다. 부모는 자녀로 가족으로 인한 욕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은 익히 들어 보았지만 막상 내 당하고 나니 참 미칠 노릇이다. 인간은 누구나 드라마의 주역, 엑스트라라도 등장을 하게 되는가 보다. 어제 주연, 오늘은 조연, 다음에는 행인 등. 배역도 다양하다. 그렇다 이번 드라마는 큰아이가 주연이고 난 조연이다. 큰 아이의 상대역으로 나왔다. 이제는 큰 아이를 이길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순간적으로 이 아이가 남 같고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럴때 남자들끼리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무지개 빛에서 재빛인생으로 곤두박질 치는 마당에 동앗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규모 회사에 취직을 하며 지방으로 발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가정과 아이를 위해 좋은 기회를 포기하기로 했다. 아이를 이대로 두면 어떤 일이 발생하며 우리 가족은 티비 뉴스에 나올 수 도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이는 지금 시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정신을 못 차리고 문제 청소년이었다. 학교 담임은 아이를 선도해 보겠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그 당시는 상담기관이 별로 없었다. 대학병원 안에 소아청소년 정신과에 전화 예약을 하고 의사와 상담을 했었다. 아이가 먼저 입원해서 쉬면서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순한 아이가 악담을 하고 노는 친구들과 같이 보조를 맞추어 행동을 하고 과격하게 놀려고 하니 한두번은 따라 하고 처음에는 재미도 있었지만 점 점 아이들의 행동은 더 대담하고 과격함에 아이 자신도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멈추고 싶어도 브레이크 없는 바퀴는 멈추 서지 않는다. 누군가가 멈추어 주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이 멈추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떻게 멈추어야 하는지 방법은 몰랐다. 그러나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가 던진 시한폭탄은 효력이 있었다. 아이는 학교 친구들에게 미리 폭탄을 장치 해 놓듯 자기는 병원에 들어간다. 졸업 하기 전까지는 돌아 오지 않는다. 자기를 찾지 마라.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마도 그 아이들과의 관계도 청산하고 싶었다는 생각은 들었다. 난 우리의 정체는 군대 제대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금시초문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티비 뉴스에 나오지는 않았다.
이렇게 상담을 받으면 아이가 좋아지나요. 늑대가 강아지가 되나요.
그 당시 대학병원에서 프로젝트하나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실험집단이 필요했다. 가족이 모두 참여 해야 하고 심지어 친지들도 필요하면 함께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여자는 모성애로 똘똘뭉쳐 있으니 배 아프고 난 자식 잘되는데 이판 사판 공사판 아닌가. 무조건 오케이다.
문제는 남자이다.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이런 창피가 또 있을까? 남자의 자존심은 자식이라고 하는데 이노무자식새끼 하나로 아버지가 쪽팔려야 하나. 병원 입원 전 의사의 말이다. " 가족이 다 참여해야 합니다. 특히 부모 상담의 비중이 큽니다. 부모들은 반드시 상담날은 어기면 안됩니다. 약속을 지켜야 입원이 가능합니다."
섞은 밧줄이라도 밧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레지턴트가 나에게 살짝 말한다. " 연구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버지는 승낙을 잘 안 합니다. 하는 도중에 마음이 상하면 아버지는 퇴장을 합니다. 그래서 이 연구는 진전이 없습니다. 차일피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난 집에 와서 남편에게 죽을 각오를 하고 말을 했다. 원래의 순한 아이로 되돌려 놓읍시다. 시간을 되 돌려 놓고 싶다. 늘 웃고 활기찬 큰 아이의 시간으로 되 돌려 놓고 싶다. 남편은 바로 결정을 해 주었다.
남자, 아버지의 자존심은 돈 자랑도, 명예도 아니고, 아내 자랑도 아니란다. 바로 자식 자랑이란다. 남자들은 자식이 자신의 핏줄, 씨앗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학교에 병가를 낸 후 입원을 시키고 가족치료(상담)와 개인치료(상담)를 병행하며 아이의 마음의 병도 조금씩 좋아지며 마음의 문도 열기 시작했다. 그 동안 부모와 아이도 서로 지쳐가며 부모는 왕 로서 권위를 지키려고 했고 아이는 왕인 된 싸가지 자녀로 왕 자리를 넘 보았다. 모두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달려 들어 물고 할퀴며 상처자욱만 남겼다. 72일간 대학병원 프로젝트 프로그램에 의해 아이는 부모에 대한 반발심도 표현하고 싶은데로 마음껏 표현도 하고 발산도 하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입 밖에 내 뱉지 못한 말들도 처음에는 조심 조심하며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속마음을 털어내기도 하며 서러우면 울리도 하고 부모에 대한 원망이 들면 원망스러운 말을 편안하게 하기도 하며 우리의 시간은 조금씩 흘러 가고 있었다. 부모도 인간이라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서슴없이 할 때도 우리의 감정도 상한 날이 있어 언성이 높아지고 하면 아이는 그 자리를 박차고 상담실을 뛰어 나가기도 하고 그러면 상담은 그것으로 종료 되었다.
그런 날은 부모의 반칙으로 옐로 카드를 받으며 한 주동안 아이를 보지 못하는 벌을 받기도 했다. 아이가 퇴장 했지만 아이는 패널터킥의 기회가 주어지고 우리는 아이가 불러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부모로서 버티는 힘도 배웠다. 부부상담 가족상담이라 그런지 별의 별 이야기가 다 오고 갈 때는 얼굴이 벌개질 때도 있었다.
"아버지가 일찍 오는 날인데 늦게 왔다. 엄마가 다그쳤다. 아버지는 얼버무렸다." 그럼 레지턴트는 남편에게 그 때 상황을 자세하게 말해 달라, 아이가 궁금해 한다. 남편의 모든 행각이 들어 나기도 하고, 비밀이 탄로나기도 하고 거의 형사 25시 장면이다. 형사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알리바이가 성립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 지저분하고 깨끗한 사건들의 진실이 밝혀져도 우리 부부는 서로를 믿고 잘 이겨 내기로 했다.
우리는 대학병원 프로젝트의 일등공신이며 우리 역시 최고의 수업료와 함께 최고의 연구결과를 냈다.
원래의 우리 아이를 찾았다. 게임 중독, 마약 중독자의 눈은 힘이 없고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눈동자는 흔들리며 검은 동공은 사라지고 눈의 초점은 없다. 큰 아이의 상태였다.
그 이 후로 우리 아이의 눈은 크고 맑고 또렷하다. 그리고 잘 웃는다.
늑대가 아니라 온순한 강아지가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지 동생에게는 바보 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