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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날이 온다-7

진상이야 하극상이야

호흡을 하며 아침부터 일어난다.  평일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가 아니면 슬며시 이불 속으로 더 들어 가느냐 그것이 문제이다. 그러나 주일 만큼 만 교회를 가서 예배를 드리면 없든 기운도 생긴다. 정작 내가 하나님을 빨리 만났다면 이런 생각으로 애끓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었을텐데 그 당시는 이것만 알지 못했다. 오매불망 기다린 일편단심 민들레는 진상보다 더한 하극상이라니, 결혼도 했고 내 꿈을 위해서 오랜시간을 나만의 의식을 거행하며 기다렸거만 맑고 선한 눈을 가진 이 남자는 그냥 말이 안 나온다. 역시 결혼은 미친짓이다. 그리고 사랑은 눈을 멀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선 악의 열매만 먹지 말라고 했다. 그 과실 외에는 다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눈이 밝아질 때로 밝아 볼 것 몰 것을 다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결혼에 골인을 하기 위해서는 그 눈 조차 어두워져야 눈에 막이 생기며 콩깎지가 끼며 그래 우리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한번 지어 보자. 


난 참았다. 난 기다렸노라, 매일 매일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싶어 로버트 레드포드 같은 남자 만을 기다렸다. 난 나름대로 나의 규칙을 만들었다. 그 시절 1980년 중반 나의 20대시절은 여자는 순진하고 현모양처 같은 여자로 신부수업을 할 정도로 솜씨, 맵씨, 마음씨를 고루 갗춘 여자가 인기였다. 난 선머슴아 였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고 싶었다. 사무실의 진상들을 떠나고 싶었다. 그 당시 은행은 참 잘나갔다. 월급에 상여금 대기업보다 월급은 많은 편이었다. 부서별의 특성상 출 퇴근의 변동은 있다. 그건 월말, 연말, 추석, 설과 같은 명절에는 모든 부서의 출 퇴근이 늦어지는 건 사실이다.  


내가 속한 부서는 지점의 살림을 사는 행정, 서무업무의 부서이다. 1983년에 입행을 했다. 그 당시 A급 은행지점은 100명 정도의 직원이 있다. 평소에도 잔업을 하는 날은 어김없이 야식을 먹는다. 잘 먹었으면 감사하다고 해야지 이런 적반하장 같은 인간들 고리대금업자(일수놀이)도장 찍듯이 1층, 2층 잔업을 한 직원들에게일일이 돌아 다니며 도장을 받아야한다. 그럼 " 이 시커먼 진상들, 야 정양아 난 밥 안 먹었다. 니가 언제 밥 줬노, 도장 못 찍겠단다. " 난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말한다. " 김 주임 계란말이 한 접시 혼자 다 먹는 거 봤는데, 박 주임이 니 혼자 다 먹으면 다른 사람은 뭐 먹노 하고 했잖아 ~요" 도장 안 찍으면 오늘 김 주임 밥은 안 시켜요." 훡 돌아서는 내 뒷통수에 대고 한 마디 던진다. 저래서 아직 시집도 못 가고 남자가 없다 아이가. 누가 정양을 데리고 갈 지 참 걱정이다 쯔 쯔  . . . . . 나는 속으로 이를 갈고 또 갈고 걱정 말아라 내 낭군은 그레고리펙이다 (감성 폭발 할 연예인의 얼굴) ㅋ ㅋ ㅋ ㅋ ㅋ . 아직까지는 


나만의 의식을 위해 아닌 위선을 가장한 방법을 동원하여, 그 당시 금융기관의 직원들의 편리를 위해 출 퇴근 시간은 여러대의 통근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 정류장도 있다. 난 되도록이면 출 퇴근 시간만큼 버스를 이용했다.  그것이 또 화근이네,  부서장(차장)에게 결재를 받을 일도 참 많다. 가만히 도장이나 찍어주면 좋으련만 또 한 마디한다. "정양아 니가 남자가 없다는 것을 정말 알게 되었다. 니 문제있나" 누가 내 걱정 해 달라고 했나, 이런 저런 이유로 난 이 공장(은행)을 떠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그날이 온다.  

난 공주 오드리햅번이 아닌 길에서 꽃을 파는 오드리햅번이네.

이 남자 하극상은 본격적으로 자신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난 최대한 애교스럽게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괜찮아 "밥은 밥통이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배고프면 밖에서 한끼 해결하면 되" 그냥 좋은 직장 다녀, 집에서 이상한 드라마 보고 쓸데없는 드라마 한편 쓰지 말고  . . . .가장 중요한 핵 폭탄을 던진다.


누구에게나 그날이 온다.

이 하극상의 월급봉투를 받아 본적은 그날, 그 시간 이후로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본적도 들어 본적도 없다.

돈이 든 월급봉투가 아닌 빈 월급봉투 뒷면에 컴퓨터 자판을 찍은 것 같은 반듯한 글씨체로 적혀있다. 나의 악필에 비교하면 한석봉도 울고 갈 것 같은 글씨체다.

또 한번 놀란다. 그 내용인 즉 한달에 받는 급료(월급) 의 사용처를 죽 나열해 놓았다.

그 내용인 즉 나에게 줄 돈은 한 푼도 없다.  전부 품위유지의 내용이다. " 월급은 각자가 알아서 관리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 반땡을 하자고 하네. 아 분신사바 만 안 해 보았지 다 해 보았는데 '노루를 피하니 법을 만난다." 피하고 피했건만,  우리는 우리를 위한 우리에게 맞는 조약을 맺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며, 서로에게 간섭을 하지 말고, 회사일로 늦을 경우에 절대로 화를 내지 말며,  각자의 월급은 각자가 알아서 관리를 한다. 필요에 따라 반 반씩 낸다. 


누구에게나 그날이 온다.

그 이후로 일본에 가기 전까지 차분하고 조용하게 우리 공장의 진상고객(은행 조직의 부서)들에게 본부에서 내려오는 공문 전달에도 친절하며 되도록 착한 이미지를 주며 지냈다.  그들도 '김상중의 그것이 알고 싶다.' 그런데 말인데요. 그래 "정양아 결혼 해 보니 별 볼일이 없제, 진상이나 하극상이나 별 반 다르지 않제."

 그래 누구에게나 그날이 온다. 그래도 난 그날을 잘 보내고 있다. 이제는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내 눈도 열리며 선한 남자가 건강하면 좋겠고, 오랫동안 살면 좋겠다. 그래야 이 남자가 받는 국민연금 나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날이 온다. 이제 드디어 늙은 할매 공주의 대우를 받고 산다.    

전화가 울린다 " 오늘 집 나 올 때 보니까 우유가 없더라 지금 아파트 밑 슈퍼다, 우유 사갈게." 네 우유는 나의 식량이다. 난 커피 우유를 마신다. 내 다리는 팔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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