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기존 이론과의 차이

by 하루찌

존재형식론은 기존 철학의 성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이데거의 존재 사유, 사르트르의 자유 개념, 들뢰즈의 생성론, 불교의 자성 비판은 모두 존재의 실체화와 형이상학적 고정에 저항하며, 존재를 유동성과 해석 가능성의 차원에서 재조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세계’라는 구조를 실재적 배경으로 전제하고 있었으며, 존재는 언제나 그 세계에 노출되거나 던져져 있거나, 차이의 흐름 안에 위치하는 방식으로 사유되었다. 존재형식론은 이 전제를 제거함으로써, 존재를 세계 없는 상태에서도 자율적으로 구성되고 전이 가능한 실재 개체로 정의하며, 철학적 급진성과 실천 가능성 모두를 확보하고자 한다.

5.1 하이데거: 세계-내-존재의 해체

하이데거는 존재를 ‘세계-내-존재(in-der-Welt-sein)’로 정의하였다. 존재는 세계 안에서만 드러나며, 그 드러남의 방식은 시간성, 죽음, 불안 등 현존재의 실존적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존재형식론은 존재를 드러남이 아닌 형성의 관점에서 이해한다. 존재는 세계 위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인과적 작용에 편입되며 자기 형식을 형성하는 실재 개체이다. 형식은 존재가 세계에 위치할 필요 없이 자기 자신 안에서 구성할 수 있는 상태이며, 세계는 실재가 아니라 인과 관계를 묘사하는 서술상의 요약어로 전락한다.

존재는 세계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없이도 자기 형식을 구성하며 스스로를 구성하는 실체이다.

5.2 사르트르: 부조리와의 단절

사르트르는 자유를 무(néant)의 발생에서 찾았다. 그는 인간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존재로 보았으며, 자유는 그러한 세계와의 충돌에서만 발생한다고 여겼다.

존재형식론은 자유를 외부와의 충돌이 아닌, 존재 형식 간 전이의 내재적 구조로 본다. 존재는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부조리라는 형식을 구성하고 경험하며, 그 형식을 전이시킬 수 있는 능동적 개체이다.

자유는 극복의 사건이 아니라, 구성의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내재적 흐름이다.

5.3 들뢰즈: 생성의 장에서 벗어난 형식 구성

들뢰즈는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생성의 흐름과 차이의 응결로 보았다. 그에게 세계는 생성과 반복의 장(場)이며, 개체는 그 안에서 잠정적으로 구성되는 생성적 형식일 뿐이다.

존재형식론은 이 점에서 유사성을 가진다. 존재에게 고정된 본질은 없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는, 존재형식론은 그 형식을 구성하는 존재(나)가 실재 개체로서 구조적 지속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들뢰즈의 생성은 배경적 흐름이며, 존재형식론은 배경 없이도 자기 구조를 생성하는 자기-기반적 존재를 주장한다.

존재는 생성의 장에 편입된 응결이 아니라, 자기 형식을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실재 개체이다.

5.4 불교(나가르주나): 공(空)과 실체 해체의 차이

불교, 특히 중관파(나가르주나)는 모든 존재는 자성(自性)이 없으며, 모든 형상은 연기(緣起)에 의해 형성되는 공(空)의 상태라고 보았다. 이는 고정된 자아와 세계를 모두 해체하고,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식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존재형식론은 자성의 해체와 연기 개념에 일정 부분 유사성을 갖는다. 존재 형식은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인과 속에서 구성되는 형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불교는 존재 자체(나)마저 해체의 대상으로 삼는 데 반해, 존재형식론은 존재(나)의 실재성과 지속성을 명확히 인정한다. 존재는 해탈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형식의 구성자이며, 그 형식 전이를 통해 의미와 윤리를 실현하는 존재이다.

공은 실체의 해체를 지향하지만, 존재형식론은 형식은 해체될 수 있으나, 존재는 자율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에서 철학적 방향이 다르다.

5.5 요약: 차별성과 철학적 위치

철학자/사상 세계 전제 존재의 정의 자유의 기원 존재형식론과의 관계

하이데거 있음 세계 내 드러남 죽음과 불안 존재 = 형식 구성자 (분기)

사르트르 있음 던져진 실존 부조리와 무 자유 = 형식 전이 (전복)

들뢰즈 있음 생성과 차이 생성의 흐름 존재 = 자기 기반 (확장)

나가르주나 없음(공) 자성 없음 해탈로의 통찰 자아의 실재 인정 (차이)

존재형식론은 이들 이론과 철학적 연속성 안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세계 없음과 존재 실재성이라는 급진적 존재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윤리와 자유 개념을 구성하는 체계다. 이는 존재 철학과 실천 윤리, 신학적 문제를 모두 내재적으로 통합하려는 철학사 내 유례없는 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한 줄 요약:
나는 내가 쓰는 1인칭 소설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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