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와 함께 할 추억
엄마와 사우나에 왔어요.
얼마나 남았을까, 우리 엄마의 조금 굽은 등 밀어드릴 날이.
그래서 때도 나오지 않는데 이곳저곳 검버섯 핀 엄마 등을 더욱 박박 밀었어요.
울 엄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아프다고 노란 이태리타월을 감싸 쥔 제 손을 탁탁 쳐냈지요.
그래서 괜히 서러워진 내가 마른 땀을 훔치며 퉁명스레 말했어요.
"엄마, 냉커피 사줘요."
엄마와 나는, 엄마가 지불한 4천 원짜리 라지 사이즈 냉커피를 한 입씩 번갈아가며 온갖 얘기를 프림처럼 섞어마셨지요.
사우나를 마치고 나오니 냉커피에 녹아내린 빈속이 아우성을 치네요.
점심 메뉴를 고민하며 걷던 우리 모녀 코끝에 붕어빵 꼬다리 탄 내가 꽂혔어요. 나는 본능적으로 팥붕 다섯 개에 슈붕 하나를 주문했어요.
울 엄마는 팥붕파인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초등학생 울 아들은 팥붕 하나에 슈붕 하나 얹어줘야지만 흡족해한다는 걸 나는 알거든요.
주문하자마자 건네 든 팥붕의 체온에 놀라 왼손, 오른손 저글링 쇼를 하는 엄마 모습을 오래오래 볼 수 있길 바랐어요.
엄마와 미용실에 왔어요.
엄마가 한창 아플 때 텅 비어 있던 두피에 새 머리칼이 삐죽삐죽 솟아나고 있대요.
나는 장난스레 "울 엄마 회춘하나 보네."라고 말하였고, 단골 미용실 원장님도 작년보다 풍성해진 울 엄마 머리에 그루프를 연신 말며 기뻐했어요. 거울에 비치는 울 엄마 표정이 작년과 달리 편안해 보여서 그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꾸벅 졸았답니다.
춥다 춥다 하지만 두어 달 뒤면 봄꽃이 피겠지요.
몇 번이나 남았을까요, 우리 엄마랑 봄꽃 같이 볼 날이.
2026년 봄이 되면은요, 봄꽃 앞에 울 엄마를 세우고는 카메라 렌즈를 공격적으로 겨눌 거예요.
한때 흑발이었던 그곳에 은꽃 내려앉은 울 엄마가 더 아름다울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