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다이어트를 하지 않겠어!
성인이 된 후로 한 시도 다이어트 생각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원하는 몸무게만 되면 그 이후부턴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해도 그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과식을 하거나 금지 음식을 먹은 날에는 죄책감과 몸무게가 늘어났을 거라는 두려움에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가장 최근에 했던 다이어트는 '스위치온' 다이어트였다. 먹는 양을 줄여도 계속 체중이 오르고 복부가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식단을 조절했음에도 살이 찌는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고, 건강검진까지 마쳤기에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통제불능의 상황은 나의 모든 이성을 압도했다. 절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던 극악의 다이어트 식단도 끝도 없이 오르는 체중을 지켜보는 고통과 두려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는 첫 3일이 가장 힘들었다. 3일 동안 단백질 셰이크만 먹으니 머리도 아프고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첫 3일의 고비만 어떻게든 넘기면 4주까지 이어가는 것이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허용 음식 안에서는 배불리 먹을 수 있고, 통제하고 절제하는 행위가 어느 정도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에 나의 성향과도 잘 맞았다.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 안정감을 느꼈고, 식단을 지키고 내가 정한 운동량을 마치고 나면 28일 중 하루를 떳떳하게 지워버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2kg 정도의 감량밖에 하지 못했지만, 만족스러웠다. 건강해지고 있다고 느꼈고,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던 건 치팅데이를 가지면서부터다.
치팅데이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먹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며 먹방만 주야장천 봤다. 그중에서도 빵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첫 치팅데이날 빵을 한가득 사서는 차 안에서 정신없이 흡입했다. 배가 터질 것 같고 속이 느글거렸지만, 먹는 걸 멈추기는커녕 손가락에 묻은 크림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우아하게 맛을 음미하려 했지만, 현실은 게걸스러움 그 자체였다. 체면상 속도만 조금 느렸을 뿐.
느끼한 빵을 그렇게 먹었으니 다시는 빵 먹방은 못 보겠다 싶었는데, 2일째부턴 또 빵 먹방을 찾았다. 워낙에 빵을 좋아하고 먹방을 즐겨 보긴 했지만, 미친 듯이 빵 먹방만 본 건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하고부터다. '스위치온' 다이어트가 밀가루와 설탕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빵 먹방을 보며 침만 꼴깍꼴깍 삼키다 치팅데이 때 억압된 욕구를 표출시켰다. 4주간의 다이어트 기간이 끝났으니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되지 않느냐 싶지만, 이미 머릿속에 빵은 나쁜 음식으로 각인되어 치팅데이 핑계를 대지 않고서는 먹을 수 없었다.
식단에 대한 강박과 빵에 대한 집착.
그때의 나는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적게 먹어도 살이 찌는 무력하기 그지없던 공포스러운 상황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으므로.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빵 먹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치팅 데이트 때는 쉬지 않고 먹어댔으머 허용 음식을 먹을 때는 많이 먹어도 된다는 생각에 과식을 했다. 식욕 조절이 안 됐고, 음식에 주도권을 뺏겨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다이어트는 이게 아니었는데.
이십 년 넘게 유지해 오던 다이어트를 때려치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생리불순 때문이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로 건강해졌다고 믿었지만 착각이었다. 때맞춰 따박따박하던 생리가 불규칙해지더니 두 달에 한 번씩 하게 되면서 뭔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모든 문제가 '스위치온'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하며 변비가 개선되긴 했다. 비워내는 음료(푸른 딥워터나 갓비움)를 마셔야만 화장실을 갈 수 있던 상태에서 지금은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화장실을 가긴 간다. 이것만으로도 장 환경이 개선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통해 내가 얻은 건 이것 딱 하나다. 아, 근육도 조금 얻었으려나? 그에 비해 잃은 건 너무 많다.
빵에 대한 집착과 날뛰는 식욕, 과식&폭식, 저당 강박, 운동 강박, 생리불순에 이르기까지.
‘스위치온’ 다이어트가 독이 된 건 나의 강박적 성격과 완벽주의 성향이 한 몫했다.
치팅데이 후 다음 날은 무조건 24시간 단식을 했고, 단식 중에도 무리하게 운동을 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하고 꾹꾹 참는 것도, 보상적 단식이나 운동 강박도 과한 스트레스를 유발했을 테니 시상하부의 호르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비상상태로 전환된 몸에서 생식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긴박함을 인지하고 다이어트를 때려치웠다. 음식을 제한하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은 만큼 먹었으며 보상 차원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성격이 급해 무월경 두 달 만에 피임약을 먹고 생리를 터트렸지만, 다음 생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예정일을 기다렸는데 며칠 전 생리가 터졌다. 급한 성격과 건강 염려증 덕분에 무월경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깔리기 전에 경로 이탈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한 후 다이어트를 때려치웠다. ‘탈 다이어트’는 40년 넘게 살아온 인생에서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지금은 ‘스위치온’ 다이어트 포함 모든 다이어트를 추천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과식과 폭식이 사라졌고, 식탐이 줄었으며 식욕이 안정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먹방을 보지 않는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시작된 길고 긴 먹방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완경’ 이 됐으면 좋겠다는 무지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내가 원치 않더라도 때가 되면 ‘완경’이 될 텐데 말이다. 귀찮고 성가시지만, 여성호르몬의 축복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매월 따박따박하는 자연의 섭리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