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B1 visa 신청 및 승인 후기 (1)

사실상 피싱 극복 후기. 돌이켜보면 별거 없는데 왜 그리 겁을 먹었는지.

by 먹치

여름방학 한 달 동안 Yale School of Medicine의 한 연구실에 short-term research 학생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Y-KOMERS라는 의사과학자 양성 부트캠프의 일환으로, 학생 개개인이 직접 해외 대학의 의사과학자와 컨택하여 정부로부터는 지원금만 수령하는 형식이다.


단기 방문을 받아주는 미국 내 대학이 많지 않았을뿐더러, 내가 지원한 시기에는 대부분 나라의 summer vacation이었기에 수십 군데 컨택을 시도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지원 담당 교수님이 추려 주셨던 예일대학교 bioinformatics 관련 연구자 교수님들 목록에서는 내 관심분야와 겹치는 분께만 메일을 드렸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빼놓고 안 보냈던 한 분네 랩에서 나를 받아주기로 하셨다. 나름 관심 분야를 명확히 정해 deep research를 온갖가지 방식으로 프롬프팅 해서 전 세계 교수님을 서치 하다시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을 쌓는 학생 시기의 연구실 컨택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물량 중심 접근이 필요함을 느꼈다.


여하튼 교수님의 도움으로 방문 연구실이 확정되고, 정부 주관 프로그램 합격자로 최종 선발된 뒤, 예일 쪽에서 최종 elective 선정을 위한 각종 서류를 요청해 왔다. 감염병 관련 서류부터 informatics 등등 하나하나 채우는 것이 결코 쉽진 않은(심지어 돈도 많이 드는) 서류들이었다. 그중 가장 걱정이 많이 되었던 미국 비자 승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전에도 두 번 대학 관련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단순 여행용 ESTA 비자로 충분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일대 측에서 대한민국 정부 및 고려대학교-예일대학교 간의 컨소시엄에 부합하는 비즈니스용 B visa 발급을 요구했다. 찾아보니 대사관 방문 인터뷰를 해야 한다길래 그때부터 너무 긴장이 됐다. 그동안 겁도 없이 그것도 굳이 혼자 경험해 보겠다고 영미권 나라들에 갈 때마다 당했던, 혹은 내가 멍청하게 저질렀던 숱한 실수들이 차곡차곡 트라우마 같은 기억으로 쌓여 뭐든 행정절차라면 두려워지게 된 것이다. (이 일들에 대해서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남겨보리라...)


일단 대뜸 구글에 미국 비자 신청을 치고 .org 도메인이 붙어있는 미국 국기가 그려진 사이트에 가서 서류를 접수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175달러 결제 페이지가 나왔다. 정신없는 아침 지하철이었고, 개인적으로 다른 바쁜 일들을 처리하느라 언제 또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명확지 않았다. 에잇 하고 결제를 갈겼는데 알고 보니 피싱 사이트였다. 돌아보면 불안함과 조급함이 더해져서(출국까지 3주 안 남은 시점에 비자 발급 필요함을 안내받음) 조사도 해보지 않고 멍청하게 걸려든 것 같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몇 시간 후에 인지하고 충격에 빠졌지만, 일단 인터넷에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고 은행과 카드사에 전화를 돌려 해외결제 이의신청이라는 옵션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다음날 은행 가서 증빙자료 제출을 안내받고 신청하고 이런저런 뒤처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중심 주제는 아니니 패스해 본다. 비교적 큰 비용 결제가 이루어지는 각종(특히 언어가 낯선 외국 서비스 관련) 업무에서는 반드시 선행조사와 신중함이 필요하단걸 인생에서 572959029번째 또 유료로 배웠다는 눈물 나는 썰이다.


결국 제대로 된 공식 미국정부기관 사이트에서 ds-160 서류 작성을 한 시간 정도 걸려 마치고 BOA 계좌로 수수료까지 납부를 완료했다. 서류 작성 하면서도 혹시 뭐라도 잘못될까 싶어 잔뜩 졸아있었는데 납부할 때가 진짜 긴장감 최대치였다. 바로 며칠 전에 사기당하고 난 뒤 다시 26만 원 정도를 입금하는 순간이었는데(진짜 눈물 난다...), 미국비자신청사이트 특유의 조작된 것 같은 기이하게 단순한 UI와, 수상한 궁서체로 깨져 있는 글씨, BOA 입금 뒤 24시간 안에 확정되니 바로 반영되진 않는다는 문구,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결코 환불되지 않는다는 주의사항과, 인터뷰 자리가 거의 다 꽉 차간다는 소식과, 근데 다음 주에 예약을 안 하면 나는 진짜 항공권 수수료 또 내고 일정 바꿔야 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과 등등...... 결제하고 바로 반영되지도 않아서 한참을 더 새로고침 하다가 결국 인터뷰 신청 가능 화면으로 넘어갔다. 어떤 정신으로 ds-160 작성을 완료했는지도 모르겠다.


쓰면서 보니 이 글은 B1 visa 신청 후기가 아니고 그냥 사기를 당한 사람의 후기인 것도 같다. (수백에 달하는 수준의 가계를 무너뜨릴 만한 피싱 사기금액은 아니었지만 정말 심장이 얼마나 벌렁벌렁 했는지 모른다...) 여하튼 인터뷰까지 자알 신청이 되었고 여러 가지 확약 서류들을 인쇄해서 pdf로 모아놨다. 아마 이날 저녁도 의도치 않게 패스한 것 같다. 저녁 먹기 전에 접수했다가 너무 긴장했더니 코르티솔 과다분비로 이미 혈당량이 높아져서....


이다음 편에서 인터뷰 준비와 실제 대사관 방문 및 approval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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