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에 도전하다

세상에 이런 운동도 있다니! 일일 체험자의 후기

by 먹치

첫번째 체험 전에 했던 생각

-자신감?

sticker sticker

나는 플라잉요가를 했던 경험이 있으니 매달리는건 잘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한참 플라잉요가를 열심히 하던 시즌에는 전완에 왕고구마가 붙는 것을 봤기 때문에 클라이밍에서 얼마나 털릴지(?) 차마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클라이밍 가서 플라잉요가보다 전완을 훨씬 훨씬 더 쓰고 왔다. 한편 손목에 걸리는 부하는 플라잉요가가 더 컸다. 그리고 클라이밍은 해먹처럼 그냥 매달리고 유지하는 운동이 아니라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두 운동의 공통점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낙법

sticker sticker

플라잉요가를 무서워하는 일부 사람들은 발을 디딜 수 없는 공중에서 해먹에 감겨 있는 상황이 마치 폐쇄공포증과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한다. 이 두려움이 극복되는 것은 어떤 형태로 감겨 있는 해먹이라도 어떻게든 풀어낼 수 있는 확신을 가질 때이다. 전신의 근력도 필요하고, 이상하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형태에 대한 공포도 덜어내야 한다. 그래서인지 클라이밍에서도 낙법이 중요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낙법 영상을 미리 찾아보았다. 발을 딛고 뒷구르기를 하는 '팬더 낙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떨어져보니 뒷구르기보다 손으로 땅을 짚게 되는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


첫번째 체험 후의 피드백

-낙법에 대하여

sticker sticker

아니나다를까 떨어지면서 한번 몸을 긁혔다. 돌출되어 있는 홀드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벽을 타고 떨어지면 반드시 몸을 긁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숙련자 분들은 떨어질 때 순간적으로 몸을 벽 반대로 돌리며 떨어진다든지 점프로 벽과 몸의 간격을 확보한다든지 하는 낙법을 보여주셨다. 두번째에 가서는 떨어지는 것도 연습을 좀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근육통에 대하여

sticker sticker

헬스, 요가를 꾸준히 하면서도 근 2년정도 느꼈던 근육통 중에 가장 심한 몸살성 근육통이 찾아왔다... 그날 밤부터 시작돼서 아세트아미노펜을 먹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에는 양쪽 전완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병뚜껑을 열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악력도 안 들어가서 볼펜을 쥐다가 떨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틀째가 훨씬 더 심했는데, 등근육 통증으로 인한 소화불량과 더해져 미치고 팔짝 뛰는 수준의 전신통이었다. 틈틈이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어주다가 오후쯤 통증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게보린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진통제를 먹는다고 약효의 타겟팅이 근육통에 집중적으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말그대로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몸의 엉뚱한 곳에서 소염 효과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독성 있는 약물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두번째 클라이밍에서는 놀라울만큼 근육통이 줄어들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초심자의 특권으로, 클라이밍장에 와 게신 그 수많은 분들이 모든 등반 뒤마다 이런 몸살을 겪는다면 그렇게 자주 클라이밍장을 찾지 않으셨을 것이다.


-부끄러움에 대하여

sticker sticker

나는 동행해주고 리드해주는 분들이 계셨는데 확실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고 인식할 때는 퍼포먼스가 좀 떨어지는 듯 했다. 클라이밍에서 크게 유념할 만한 부분은 아닌 것 같고 모든 초심자가 겪어야 하는 단계이기는 한 것 같다. 나도 늘 팀스포츠가 아닌 개인운동만 해왔던 터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액티비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낯설고 부끄러운 것을 장애물로 여겨 클라이밍을 주저하기에는 이후의 쾌감이 너무 짜릿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클라이밍은 한번 갈때 등반화 대여까지 25000(더클라임 기준)원 정도 하는데, 한번 갈 때 더 많이 익히고 오고 싶은 욕심에 피드백을 좀 열심히 해보았다. (정기권이나 횟수권을 결제하면 더욱 저렴하다) 유튜브로 다른 클라이머 분들의 등반 영상도 찾아보면서 두번째 체험 전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두번째 체험 전의 체크리스트 준비

sticker sticker

-고관절을 쓰는 동작 1회

-경사 홀드 start 벽에 발 대고 매달려보기 1회

-첫날만큼 무리하지 않고 지구력 100%로 쓰지 않기


딱 위에 세가지만 해 보자고 생각했더니 꼭 최종홀드 터치까지 못 가도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운동이나 취미가 재미있어야 지속 가능한 타입이라서 클라이밍을 오래오래 도전하고 싶은 생각에 또 이런 시도를 했다.



두번째 체험 후의 피드백

-부상 위험성 인지

sticker sticker

힘은 빠졌는데 의욕이 앞설 때 다치기 쉬운 것 같다. 두번째 클라이밍을 가기 전에 유튜브에서 부상을 당하신 분들의 등반 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다. 떨어지는 각도에 따라 허리 디스크가 터질 수도 있고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낙법을 인지하고 떨어질 때는 부상의 위험이 줄겠지만, 홀드를 의도치 않게 놓칠 때 뒤틀린 각도로 충돌하기 쉬워지는 듯 했다. 고로 근력이 충분히 따라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의욕이 남아있어도 과감하게 다음을 기약하는 숙련자 분들의 태도가 부상예방을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메타인지의 불완전한 형성

sticker sticker

홀드를 보고 문제를 푸는 동작을 구상한다거나, 홀드를 보고 내가 도전할 만한 홀드인지 구분할 수 있으려면 자기 몸의 움직임과 신체능력에 대한 인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아직 그게 만들어지는 중이라고 느꼈고 어떤 부분에는 나의 신체능력을 실제보다 크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동행자의 중요성

sticker sticker

그래서 더더욱 함께 가주신 숙련자 분들의 도움이 컸다. 나에게 코스를 권유해주시기 전에 미리 홀드를 밟아 보시고, 한 방법으로 해결이 잘 안되면 다른 방법을 제안해 주시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클라이밍은 동행자나 크루 없이 혼자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스포츠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함께해주시는 분들과 좀 친하고 편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배우는 것도 더 즐거운 것 같다. 나는 감사하게도 나를 기꺼이 도와주시는 분들의 권유로 첫 체험을 하고 이후에도 동행하게 되어 속성으로 알짜부터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분이 코멘트를 주셔서 내가 떨어지는 것을 무서워하는 마음에 등이 아닌 전완으로 매달리느라 부하가 훨씬 크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초크도 빌려주셔서 손에 땀이 날 때마다 사용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sticker sticker

클라이밍은 개발자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 중 하나라고 들었다. 첫날에는 이해가 잘 안 됐는데, 둘째날 좀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몇번 혼자 도전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고 나니 왜 고독한 개발자들이 혼자서 클라이밍을 하는지 좀 이해가 됐다. 시작할 때는 누구보다 동행자가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 숙련되고 홀드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면 정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클라이밍 마치고 먹는 밥이 맛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상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며칠 뒤 세번째 체험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 목표는 아래와 같다.


세번째 체험을 앞둔 체크리스트

sticker sticker

-초록 난이도 문제(더클라임 기준 4단계) 2개 이상 해결

-하체근력을 활용한 점프동작 1회이상 도전

-경사 홀드 코스 1회이상 완등 (힘빠지기 전 초반에 먼저 도전)


그리고 나서는 초록 난이도 문제를 계속해서 풀어 보는 연습을 할 계획이다. 두번째 갔을 때 느꼈던 흥미가 첫번째 체험의 거의 3배(ㅋㅋ) 였어서 두번 가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 붙이면 진짜 더 재밌겠다...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래서 몇년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또 개인적인 성향이랑도 잘 맞았기 때문에 더 재미나게 느껴진 것도 있고 같이 가주신 분들과 함께하는게 즐거워서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내가 좀 익숙해지면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도 꼬셔서 같이 가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국 애니메이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