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취향에 기반한 추천
‘아니메’라 불리는 일본 역시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으로서 셀 수 없이 많은 명작이 있지만, 미국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또한 끊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글에서는 첫화부터 끝까지, 그에 모자라 n회 정주행 했던 최애 작품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완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작품에 녹아있는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인류애, 절망 속의 희망 같은 것이 될 수 있으려나?
나아가서는 끝까지 완주하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작품들을 소개하며 나와는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또 다른 추천이 되기를 바래보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1. 릭앤모티 (10/10- 시즌5 제외)
나는 한국에서 이 시리즈를 완주한 사람을 많이는 못 보았다. 하차하는 사람들의 이유로는 “외계인이 징그럽다” “스토리가 너무 이상하다” ”기괴하다“ 등 무수히 많은 거부감 드는 요소가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시즌1의 7화. 릭과 모티가 파괴해버린 차원을 유기하고 달아난 채, 아무일 없이 평온하게 살아가던 다른 차원의 릭과 모티를 자신들의 손으로 죽이고 매장한 뒤, 그곳의 가족 속에 모른척 끼어 살게 되며 본격적으로 장대한 스토리의 기반이 세워지는 순간. 파괴될대로 파괴되어 버린 릭과 반대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얼어버린 모티의 뒤로 잔잔히 깔리는 락은 소름의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들인다. 만일 이 플롯에 전율하는 이가 있다면 릭앤모티를 능가할 작품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시즌4의 10화, 릭과 베스가 행성에서 새 문명을 일구는 에피소드이다. 시즌1의 미식스 역시 인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캐릭터이다. 릭앤모티는 미국 사회 전반을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도 담고 있지만 그보다 보편적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를 구사한다고 생각한다. 단, 일반적으로 우리가 문화콘텐츠에 기대하는 “교훈”같은 것은 없다. 절대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나, 시리즈 전반에 잔잔하게 녹아들어 있는 따스함을 포착하지 않을 수 없다. 불완전한 인격을 가진 채 완전한 능력을 스스로 가져버린 릭이 왜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지, 내가 살면서 겪을 수도 없는 sf스러운 일들 속에서 주인공들이 죽음 직전에 다다라 느끼는 감정들에 왜 공감이 되는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2. 캡틴폴 (10/10)
이 작품 역시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멍청하기 짝이 없으나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한 바지선장 폴을 범죄조직 크루즈가 단체로 속이며 그들의 범행을 이어가나, 폴의 순진무구함은 점점 그들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갖도록 만든다. 나는 악인을 악인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악인과 선인을 한 인물에 겹쳐서 묘사하는 작품이 좋다. 폴의 선행은 다른 이에게 해가 되고, 의외로 인간적 품성을 가진 범죄조직원들은 잘못된 줄 알면서도 보스에게 충성한다.
비교적 최근 작이며 현재 시즌2를 기다리고 있다. 완주의 주요 동력중 하나는 여자 주인공 리자의 매력적인 발음과 목소리이다. 성우는 남아공 태생의 배우 레슬리앤 브랜트가 맡았다. 작중 제일 재수없는 역할인 폴의 형 태너는 모던패밀리에서 앤디 역을 맡았던 애덤 더바인이 맡았다. 어쩐지 찌증나면서도 익숙한 목소리인가 했는데...
시즌2에서는 이 크루즈의 추악한 실체를 밝히고자 혼자 고군분투하는 형사의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이 애니가 담은 다크함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화는 3화 <인간 동물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노르웨이 사람들의 탈출 시도와 허무한 죽음, 그 죽음 직전에 있던 나약한 인간의 허세...
3. 그때 그시절 패밀리 (9/10)
이 작품 또한...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미국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매체를 접할때 문화적 차이가 크게 관람에 방해된다고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블랙코미디와 그 속에 숨겨진 사막 속 바늘처럼 희귀한 인류애를 발견하는 것을 재미로 삼기 때문에 그 벽을 넘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모든 아버지들이 화나 있었던 그 시절 한 다섯 가족의 일상을 그린다.
이 작품을 수작으로 뽑는 이유 중 하나는 불필요할만큼 섬세하고 입체적인 인물의 묘사가 아닐까 싶다. 뒤쪽 시즌에는 월남전 때 미군을 따라 미국에 와서 정착하게 된 베트남 여인이 등장하는데(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폭력적인 남편에게 순종적으로 헌신하던 그녀는 세제를 이용해 남편을 살해하고 감옥에 간다. 주인공 가족의 묘사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러한 조연의 에피소드들 역시 깊은 인상으로 남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내가 겪고 자라온 그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더욱 인물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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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소개한 세 작품에 대해서 인류애라든가 따뜻함이라든가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기본적으로 선정성 100/100, 폭력성 100/100인 작품들인 것을 참고하여 시청하기를 권고한다. 필자의
취악은 매니악 중에서도 매니악 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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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8/10)
현대 사회식 라이프스타일은 종말을 모를 때 인간에게 상처를 주었다가 종말 직전에 이르자 오히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이정도만...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넷플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혹시 낯선 그림체와 낯선 제목 때문에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 또한 그랬었으나 결국 즐겁게 완주했음을 알리고 싶다. 하지만 앞선 세 작품을 최고 수작으로 평가하는 나에겐 꽤나 잔잔한 느낌으로 흘러가는 힐링 애니였다.
5. 고전명작 심슨 (10/10)
90년대 이후 세대들에게는 블랙 코미디의 근본과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의 블랙 코미디작으로 불리는 <아메리칸 대디> 등의 작품을 안 본 것은 아니나, 그 작품들은 지나치게 인물을 단편적으로 한심한 존재로 묘사한다고 느껴 완주하지 않았다. 심슨은 그런 작품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데 ‘community'와 이웃을 보는 관점이 가장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심슨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심슨을 보다가 영어 귀가 트였다. 심슨이 재미가 없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물론 시즌이 30개 이상으로 길어지니 루즈해지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이 작품은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어린이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어린이 만화는 아니지만, 모든 블랙코미디작을 통틀어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심슨은 디즈니플러스에서 모든 화를 열람할 수 있다.
6. 사우스파크 (8/10)
미국 대중문화의 끝판왕을 담고 있는 사우스 파크는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으로서도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모(미국 고스족), 대마농장 등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미국 고유의 문화들이 작중 주요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보니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고로 이 작품은 추천을 가장 안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조차도 첫 문턱을 넘는 데에 한 시즌 정도가 필요했던 기억이다. 하지만 이것은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 또한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최근 한국에서도 더빙 유투버 장삐쭈가 이 작품를 패러디한 <사우스코리아파크>를 업로드하기도 했다. 만약 한국인이 아니라면 아마 사우스코리아파크가 무슨 내용인지 왜 인기있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정확히 같은 느낌이다. 미국인이 아니면 사우스파크가 인기있는 이유를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유학 생각이 있거나, 미국에 정착하여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미국생활 절망편(?)으로서 이 작품을 시청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유명하다고 알려졌지만 완주하지 않은 작품들과 개인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퓨처라마 (디즈니): 인물들이 한심하게만 그려져서
-솔라오포짓 (디즈니): 애매한 지향성
-파라다이스의 경찰들 (넷플릭스): 지나친 추잡함
-은밀한 회사원 (넷플릭스): 자극의 부족
등등....
(혹시 이외에도 추천 작품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불호 작들에 대한 토론도 환영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