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부산여행
서울사람의 늦은 수험접수로 부산행이 결정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 시험을 진짜 보러 갈까?’하는 생각이 있었다. 취미로 공부만 하다가 정작 자격증 시험 당일날 응시하지 않은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완주할 의지나 여유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져 휴학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자격증 취득이 현실적인 목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내가 배치받은 부산외대는 교통편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산 가까이에 있는 만큼 그 경관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부산외대는 부산시내 3호선 남산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올라가거나 택시를 타는 것이 좋다. 캠퍼스까지도 오르막, 교내도 오르막이라 스포츠지도사 필기시험이 열리는 4월 말에는 땀에 젖을지도 모른다. 남산역에서는 부산역까지 지하철로 무환승 3~40여분이 걸린다. 김해공항에서는 꽤 멀다. 그런데 부산버스터미널과는 꽤 가까워 택시로 15분 이내에 도착한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전날 부산에서 숙박 없이 가기가 어려운 위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대구에서 지내는 친구 덕으로 당일아침 동대구터미널에서 출발했다.
7:45에 터미널에 도착해서 택시 타고 캠퍼스에 내리니 8시가 되기 직전이었다. 벌써 응시생들이 도착해 건물 앞 벤치에서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듯했다. 수험생은 입실시간인 8:30이 되어야만 건물 내로 입실이 가능하다. 캠퍼스에 너무 아름다운 숲길이 있길래 잠시 넋을 놓고 구경도 했다.
나도 벤치에 자리를 잡고 막판 공부를 좀 하다가 거의 일등으로 고사장에 입실했다. 9:30까지가 입실이기 때문에 마지막 한 시간 동안 과거기출을 실전처럼 풀어보며 웜업을 할 계획이었다. 사실 합격 커트라인을 넘길 만큼 공부가 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막상 직전이 되니 적당히 긴장이 되었다.
유튜브에서 지나가다 보았던 바나나우유+편의점아메리카노 조합을 만들어서 포션 충전도 해주었다.
다른 여타 시험들과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다만 중도퇴실이 되지 않아 화장실에 갈 경우 소지품 없이 본부대기장소로 이동해 시험종료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10:00-11:40까지 100분이 주어지고,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5과목 문제에 답을 달고나니 45분 정도 지나있던 것 같다. 헷갈리거나 모르는 문제는 고심해 봐야 찍기뿐이라고 생각해서 검토에 긴 시간을 들이지는 않았다. OMR 마킹, 최종 답 확정을 마무리하니 11:10이었다. 남은 시간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과목의 문제와 난이도를 살펴보고, 이번 시험에 대한 자기 피드백을 해보았다.
그리고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과목선택이 미스였다...” 그리고 “공부할 때 제대로 이해해두지 않은 것은 결국 끝까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스포츠심리학과 스포츠교육학 두 가지를 함께 선택하기보다 둘 중 하나만 고르고 대신에 스포츠윤리학을 선택하는 게 암기량 부담이 확실히 적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이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 있는 독자가 있다면 꼭 스포츠윤리학을 얻어가길...)
또 해마다 추가되는 부분이 꽤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전 연도 문제집을 가지고도 꼼꼼히 공부하면 합격커트라인을 넘기는 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아는 내용을 잘 맞춘다면 과목당 60점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가장 최신 연도 문제집을 고르고자 한다면 각 개념별로 출제연도가 쭉 나열된 문제집을 고르는 것이 좋다. 내가 공부한 교재는 연도별 출제현황 없이 출제내용 강조만 되어 있었는데, 확실히 중요한 부분이 자주 다루어지는 만큼 공부의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는 내가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의학 지식을 가지고 트레이닝에 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 것 같다. 이 부분, 특히 내가 그리는 이상적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시리즈 내의 다른 글로 남겨보도록 하겠다.
시험이 끝나니 정말 홀가분했다. 돌아보니 마음먹었던 것보다 공부를 좀 더 했던 것 같다. 학과 공부만큼 치열했던 것은 아니지만 공부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 부산외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좀 더 천천히 둘러보았다.
건물 이름은 잘 모르지만, 중앙광장의 맨 위에 자리 잡은 건물은 들어가자마자 홀의 웅장함에 탄성이 나왔다. 국내에서 둘러보았던 모든 대학 중에 건축이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였다. 코펜하겐에서 둘러보았던 시립도서관의 웅장함을 떠올리게 하는 실내구조였다. 건물 외벽에는 마치 한 쌍의 액자처럼 바깥의 풀숲을 담는 사각형의 여백이 만들어져 있다.
남산역으로 내려오는 길에 가야밀면을 먹고 기차를 타러 부산역으로 이동했다. 바다 가까이에 오니 내가 늘 그리워하던 부산의 바다 냄새가 훅 스며들었다. 바다 멀리에 희미하지만 정교하게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아무리 사진을 찍어보아도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 담기지 않았다.
고사장이 멀리 배치된 것은 힘들었지만, 이걸 기회로 내가 사랑하는 도시인 부산에 한 번 더 올 수 있었음에 행복한 경험이었다.